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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연준, 땜질식 자금 투입… 연말 초단기시장 대란 ‘경고등’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20 17:27

수정 2019.09.20 17:27

사흘간 2030억달러 풀었지만 상한선 2% 턱걸이 ‘불안한 모습’
레포금리 내주 또 요동칠것 우려.. 주요 은행들 "정기적 수혈 필요"
美연준, 땜질식 자금 투입… 연말 초단기시장 대란 ‘경고등’
뉴욕연방은행이 19일(현지시간) 사흘 연속 초단기 자금시장에 개입해 돈을 풀었다. 뉴욕연방은행은 20일에도 자금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갑작스런 자금부족은 뭔가 더 심각한 사태가 오기전 예고편이 아니냐는 우려가 일부에서 나오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분기말, 연말 등 특정 시점마다 정기적으로 자금을 수혈할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지적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전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밝힌 것처럼 연준의 채권매입을 통한 시중 자금공급 정책인 이른바 '양적완화(QE)' 재개가 예상보다 빨리 시행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흘간 2030억달러 공급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연준의 통화정책을 직접 수행하는 뉴욕연방은행은 17일, 18일에 이어 이날도 초단기 자금인 레포 시장에 750억달러를 투입했다. 은행들은 840억달러 가까운 자금을 요구했지만 전날에 이어 이날도 수요에 모자라는 금액이 투입됐다.
뉴욕연방은행은 이날 오후 19일 장이 열리기 전인 8시 15분 또다시 공개시장조작을 통해 자금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나흘 연속 레포자금 공급의지를 밝힌 것이다.

레포는 은행들이 보유 채권을 담보로 내걸고, 이를 환매한다는 조건으로 하룻밤 돈을 빌리는 것을 말한다.

연준은 17일과 18일 레포경매를 통해 1280억달러를 시중에 투입했고, 18일 FOMC회의에서는 초과준비금이자율(IOER)을 0.3%포인트 내린 1.8%로 낮춰 시중 자금압박 완화를 꾀했다. 그렇지만 시중 자금압박은 사그라들지 않았고, 19일에도 레포 금리가 전날 인하된 기준금리 목표치 1.75~2%의 상한선인 2%에 턱걸이 하는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시중 자금흐름이 갑작스레 불안해진 배경으로는 7월말 중단이 결정되기는 했지만 2017년 10월 이후 지속된 연준의 채권 매각과 감세에 따른 재정적자와 이를 메우기 위한 재무부의 국채 매각, 분기 법인세 납부 마감일을 앞둔 기업들의 대규모 인출이 지목된다.

■"자금수요 폭주 연말 예고편"

18일 FOMC회의 뒤에도 압박이 지속되는 원인으로는 시장 기대와 달리 연준의 금리인하가 '통화완화'보다는 '관망'에 가까운 정책기조를 바탕으로 이뤄진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연준의 전날 금리인하를 '매파 인하'라고 지칭했다. 금리를 내리기는 했지만 통화정책 방향이 온건이 아닌 강경, 매파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재무부 위탁을 받아 연준의 국채 경매에 직접 참여하는 주요 은행들인 '프라이머리 딜러'들은 연준이 그때 그때 시중에 레포 자금을 공급하는 땜질 처방이 아닌 분기말, 연말에 정기적으로 레포자금이 아닌 일정 기간을 만기로 하는 자금을 공급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틀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은행들이 최대 2주까지 빌릴 수 있는 '기간제' 레포제도를 연준이 시작해야 한다면서 이렇게 되면 자금수요가 급증하는 분기말, 연말 불안을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은행들이 낮은 금리로 시중에 자금을 공급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매우 낮은 금리의 장기대출프로그램(LTRO)을 운용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연준이 16일 레포 시장에 개입해 10일 동안 1000억달러를 투입하겠다고 밝혔어야 한다"면서 "그랬다면 시장은 분기말이 지난 뒤에도 자금부족을 걱정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일부 은행 관계자들은 무엇보다 9월말이 되면 은행들이 연준에 분기보고서 제출을 앞두고 현금 확보를 늘리기 때문에 레포시장의 자금수요가 폭증한다면서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재무부가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다음주 대규모 채권 발행과 이를 통한 자금흡수에 나설 것이어서 좋든 싫든 국채를 인수해야 하는 프라이머리 딜러들이 이를 위해 레포 자금 수요를 확대할 수밖에 없다면서 레포시장이 다음주 다시 한 번 요동칠 것으로 은행들은 우려하고 있다.


JP모간은 이번주 레포시장 급변동은 "미 은행들이 (단기금융시장인) 머니마켓 비중을 급격히 줄이는 연말에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를 예고하는 예고편(prequel)"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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