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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번엔 對中 자본시장 전쟁?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29 17:33

수정 2019.09.29 17:33

美자본의 中기업 투자 막고
증시서 중국株 퇴출 검토
도널드 트럼프 美 대통령 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美 대통령 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 기업에 대한 금융투자를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27일(현지시간) 주요 외신들이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아직 정책검토 초기단계이고, 정책이 결정된다 해도 언제부터 적용하게 될지 시간계획표도 없지만 중국으로 미국의 자본이 흘러들어가는 것을 견제해 중국의 성장을 억제하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의도가 확실히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 10일 워싱턴에서 미·중 무역협상 재개를 앞둔 중국 압박용 협상전략의 일환일 가능성 역시 높아 보인다.

이날 블룸버그와 CNBC,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소식통들을 인용해 아직 초기단계로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면서도 미 행정부가 중국기업에 대한 미국의 모든 금융투자를 봉쇄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미 투자자들을 규제가 느슨한 중국기업투자라는 위험에서 보호한다는 명분이다.

그러나 이는 중국이 자본시장 개방을 확대해 외국인들의 중국 채권·주식 소유한도를 확대한 데 따른 자본이동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고, 무역협상에서도 미국의 목소리를 높이기 위한 지렛대로 작용할 전망이다.
씨티그룹 글로벌 이코노미스트 세자르 로하스는 "이 같은 극단적인 보복방안이 적용되면 무역긴장은 고조될 수밖에 없다"면서 "이는 또 다른 협상전략으로 미국에 협조하지 않고 양보하지 않을 경우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검토하는 투자금지방안에는 중국기업들의 미 증시 상장 금지, 미 정부 연금기금의 중국시장 투자 금지 등이 포함돼 있다. 또 이미 미 증시에 상장된 중국기업들은 퇴출시키는 방안까지 검토되고 있다.

방안이 실제로 적용되기 시작하면 대규모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 의회 산하 미중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C)에 따르면 올 2월 현재 미 주식시장에 상장된 중국기업 수는 156개로 이들의 시가총액은 1조2000억달러에 이른다. 상장기업 가운데 11개 이상이 국영기업이다.

이 같은 방안이 공론화됐다는 것은 공화당을 포함한 트럼프 진영에서 대중국 매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FT에 따르면 중국과의 경제전쟁을 자본시장으로 확대하자는 방안은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공화·플로리다)을 중심으로 워싱턴의 매파가 주장해왔고,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도 일부가 이에 동조해왔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시장 충격, 투자자 신뢰훼손 등을 우려한 트럼프 보좌진의 반대로 이 같은 구상이 수면으로 떠오르지는 않았다. 금융투자 금지 구상이 공개됐다는 것은 매파가 온건파를 압도하기 시작했음을 나타낸다. 나스닥 주식거래소는 성명을 통해 이 같은 방안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나스닥은 성명에서 "미 자본시장의 핵심요소 가운데 하나는 자격을 갖춘 모든 기업들에 비차별적이고 공정한 접근을 보장한다는 것"이라면서 이는 "미 투자자들에게 다양한 투자기회를 제공한다"고 반박했다.

중국기업 퇴출, 투자금지방안 검토 소식이 알려진 뒤 뉴욕증시는 출렁거렸다. 대형·우량주로만 구성된 다우지수는 낙폭이 0.26%로 크지 않았지만 뉴욕증시 시가총액의 70~80%를 차지해 시황을 가장 폭넓게 반영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53% 하락했다. 또 중국 온라인 검색엔진 바이두가 포함돼 있는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낙폭이 1.13%를 기록했다.

뉴욕증시에 상장된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는 5%, 바이두는 4% 가까이 하락했고 온라인 소매업체 JD닷컴은 6% 급락했다. 위안화도 역외시장에서 달러에 대해 최대 0.4% 하락하는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충격이 진정되면서 0.2% 내린 달러당 7.14위안으로 마감하기는 했지만 위안 불안이 높아지게 됐다.


시장에 폭풍을 몰고올 이 같은 조처는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절차가 매우 복잡해 실행으로 옮기기는 지금은 무리라는 것이다.
상장 컨설팅업체인 이슈어 네트워크의 패트릭 힐리 최고경영자(CEO)는 "수도꼭지를 잠그듯이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거래소는 왜 해당 기업이 퇴출되는지 설명해야 하고, 퇴출기업 역시 상장퇴출에 이의를 제기할 기회를 갖게 된다"고 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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