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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김비오의 '손가락 욕설'과 멀어진 코리안투어의 '부흥'

정대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30 13:35

수정 2019.09.30 13:35

지난 9월29일 경북 구미시 선산CC에서 막을 내린 KPGA코리안투어 DGB 볼빅 대구경북오픈에서 우승한 김비오가 기자회견장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비오는 이날 16번홀에서 갤러리를 향해 손가락 욕설을 한 불미스런 행동으로 큰 물의를 빚었다./사진=KPGA
지난 9월29일 경북 구미시 선산CC에서 막을 내린 KPGA코리안투어 DGB 볼빅 대구경북오픈에서 우승한 김비오가 기자회견장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비오는 이날 16번홀에서 갤러리를 향해 손가락 욕설을 한 불미스런 행동으로 큰 물의를 빚었다./사진=KPGA
[파이낸셜뉴스]김비오(29·호반건설)의 '손가락 욕설' 파문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분위기다.

한국프로골프협회(회장 양휘부·이하 KPGA)가 상벌위원회를 열어 징계를 한다지만 포털 사이트 실검 상위에 오를 정도로 격앙된 팬심을 진정시킬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김비오는 지난 29일 경북 구미시 선산CC에서 열렸던 DGB 볼빅 대구경북오픈 4라운드 16번홀(파4)에서 갤러리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 세우는 욕설을 했다. 갤러리 휴대전화 카메라 촬영 소음으로 티샷 실수를 한 이후였다. 그 장면은 TV중계 화면을 통해 전국에 생중계됐다.

대회는 자신의 우승으로 끝났지만 드러내 놓고 기뻐할 수도, 축하를 받을 수도 없는 상황이 됐다. 경기를 마친 뒤 김비오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무조건 내 잘못이다.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사과드리고 싶다. 죄송한 마음"이라고 뒤늦은 후회를 했다. 그러면서 그는 "어떤 결과가 나오든 징계 결과를 검허히 받아들이겠다"며 "아직 인성적으로 덜 성숙한 것 같다. 더욱 성숙한 골프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KPGA는 당초 30일 오후 2시 상벌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10월1일 오전 10시로 하루 연기했다. 상벌위 규정상 선수 소환은 통보 후 최소 24시간이 지나야한다는 원칙 때문이라는 게 KPGA측의 설명이다. 한 마디로 김비오의 해명을 직접 들어봐야 한다는 것이다.당초 김비오의 직접 소명없이 상벌위를 진행하려고 했던 것에서 후퇴한 조치다. 그것이 일부에서 제기하는 솜방망이 처벌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 아니길 바란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 사태를 야기한 갤러리 문화에 대해 지적한다. 당연히 개선돼야 한다. 하지만 선수는 오롯이 경기에만 집중해야 한다. 경기 진행은 진행 요원에게 맡기면 된다. 팬이 없는 선수, 갤러리가 없는 골프 대회는 결코 있을 수 없다. 소음도 경기의 일부분이라는 걸 선수들은 귀가 따갑도록 들었을 것이다.

물론 선수들마다 약간씩 차이는 있기 마련이다.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시 되는 골프의 특성상 예민한 선수 입장에서 갤러리 소음은 '곤욕' 그 자체다. 그러나 어쩌랴,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 하는 걸. 많은 KPGA코리안투어 동료 선수들은 김비오의 지나칠 정도로 예민한 성격이 이번 사태를 가져왔다고 말한다.

그것은 심장 부정맥 질환을 극복한 '인간승리 주인공', 코스에 들어서면 쓰레기를 줍는 '코스 환경미화원'이라는 자신의 '반듯한' 이미지를 퇴색시키는 족쇄가 되고 있다. 차제에 스스로를 한 번쯤 뒤돌아 보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

국내 남자투어는 여자투어에 비해 상당히 침체돼 있다.
고무적인 현상은 최근 들어 수도권, 지방 개최를 불문하고 대회장을 찾는 갤러리 수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김비오의 '일탈'이 KPGA코리안투어 인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로 이어져서는 절대 안된다.
협회, 선수, 그리고 남자골프를 사랑하는 팬들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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