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김광두가 제안한 독일식 모델, 해볼 만하다

효율성과 분배 동시에 추구
소주성은 함께 못사는 정책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가 문재인정부의 분배우선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1일 주최한 토론회에서 행한 '이데올로기 갈등과 국가경쟁력'이라는 제목의 주제발표를 통해서다. 김 석좌교수는 "보수와 진보 간의 극심한 이념갈등으로 국가경쟁력이 약화하고 있다"고 현 경제상황을 진단했다. 이어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려면 경제적 효율성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문재인정부 초대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을 지냈다. J노믹스 설계자로 알려진 인물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의 비판이 더욱 관심을 끈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분배적 정의를 일방적으로 실행할 경우 국가경쟁력 약화, 경기침체, 하향평준화 같은 문제점을 초래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국가경쟁력 강화를 유지하는 범위에서 상대적 빈곤 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성장과 분배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달리는 두 마리 토끼와 같다. 한 마리를 좇다 보면 다른 한 마리와는 멀어지기 십상이다. 그러나 둘은 어느 한쪽도 포기할 수 없는 정책목표다. 성장을 외면하면 더 이상 나눌 게 없어지고, 분배를 외면하면 성장의 의미가 반감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두 가지 정책목표를 조화 있게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제정책은 성장 일변도도 안되지만 분배 일변도 역시 곤란하다.

문재인정부는 그동안 분배에 치중하느라 성장을 소홀히 한 측면이 있다. 그 결과 최저임금 인상과 정규직 전환 등에서 보듯 빈곤계층을 돕기 위해 시행된 정책들이 선한 의도와는 반대로 빈곤층의 삶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대다수 중소기업은 물론이고 수많은 개인사업자와 자영업자들이 극심한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 경제는 취임 첫해 3% 성장했다. 그러나 지난해와 올해 2%대로 낮아진 데 이어 국내외 예측기관들은 내년에 1%대로 낮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동안 기회 있을 때마다 "모두가 함께 잘사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현 경제상황이 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함께 못사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라면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
성장을 도외시하면 어떤 경제정책도 성공하기 어렵다. 김 교수가 지적했듯이 효율성을 중시하면서도 분배에 성공한 '독일식 모델'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분배 일변도의 경제정책 방향에 대한 문재인정부의 성찰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