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격화되는 대서양 통상갈등..美, EU제품에 보복관세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03 15:29

수정 2019.10.03 15:29

WTO, 에어버스 불법 보조금
President Donald Trump speaks while greeting Finnish President Sauli Niinisto on the South Portico of the White House, Wednesday, Oct. 2, 2019, in Washington. (AP Photo/Evan Vucci)
President Donald Trump speaks while greeting Finnish President Sauli Niinisto on the South Portico of the White House, Wednesday, Oct. 2, 2019, in Washington. (AP Photo/Evan Vucci)
미국이 유럽연합(EU) 제품 75억달러어치에 대한 관세를 물리기로 했다. 15년에 걸친 미국과 EU간 항공기 보조금 지급 판결에서 세계무역기구(WTO)가 미국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년에는 EU가 맞제소한 미국의 보잉 보조금 지급 판결에서 EU측 주장이 받아들여질 전망이고, 이에따라 미국 역시 EU로부터 막대한 관세보복에 맞닥뜨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EU가 서로 관세로 대응할지, EU가 촉구하는 것처럼 양측간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지는 앞으로 양측간 대화에서 결정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WTO는 2일(현지시간) 에어버스가 독일, 프랑스, 스페인, 영국 정부로부터 불법 보조금을 받았다고 판정했다. WTO는 2004년 미국이 제소한 에어버스 불법 보조금에 대한 판결에서 미국의 주장 일부는 배척했지만 에어버스가 낮은 금리를 적용받았다고 판단했다.
또 EU가 이에따른 부작용을 제거하는 적절한 조처나 보조금 철회를 하지 못했다고 WTO는 지적했다.

미, 일단 관세부과부터
WTO 판정에 따라 미국은 2가지 선택지를 갖게 됐다. 28일까지 기다렸다 관세부과를 위한 WTO 분쟁조정 협상에 나서거나 아니면 관세 부과 절차를 신속히 처리하기 위한 협의를 요구할 수 있다. 관세를 신속히 물리기 위한 협의는 열흘 전에 통보하면 된다. 그렇지만 미국이라고 맘 놓고 유럽 제품에 보복관세를 물릴 수 있는 입장도 아니다. 미국 역시 EU가 제기한 보잉 불법 보조금과 관련한 WTO 판단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EU는 미국이 에어버스 보조금 문제를 WTO에 제소한 9개월 뒤 미국을 맞제소했고, 이에따라 WTO의 판정이 내년으로 예정돼 있다.

미국은 그러나 일단 관세 먼저 물린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일관된 입장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4월 유럽 제품에 대한 보복관세 방침을 밝혔고, 지난달에는 고든 손들랜드 EU 주재 미국 대사가 트럼프의 방침을 재확인한 바 있다.

WTO 판정 뒤 USTR 고위 관계자는 18일부터 관세를 물린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못박았다. 미국은 유럽 항공기, 항공기 부품부터 식료품, 주류, 모터사이클, 자전거 등에 이르기까지 아무 제품이나 관세를 물릴 수 있다. 이미 210억달러어치의 관세 적용 가능 제품 항목들을 선정한 상태다.

관세율은 최대 100%까지 적용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대서양을 사이에 둔 또 다른 무역전쟁 전선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무역전쟁을 피한다면 트럼프 행정부는 유리한 입장에서 EU와 협상을 진행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셈이 되기는 한다. 다음달 1일 출범하는 EU 새 집행부와 무역협상에서 관세를 지렛대 삼아 미국에 좀 더 유리한 협상을 이끌 수도 있다.

EU, 대화로 해결하자
EU는 수세에 몰렸다. 내년 보잉 보조금 판정이 EU에 유리하게 나올 것이 확실시되지만 그 기간 미국에 막대한 관세를 물게 생겼기 때문이다. 세실리아 말름스트룀 EU 통상담당집행위원은 미국이 관세를 물린다면 어떤 형태가 됐건 이는 '근시안적이고 비생산적인' 것이 될 것이라며 미국에 자제를 촉구했다. 말름스트룀 위원은 EU와 미국 모두 각각 에어버스, 보잉에 불법 보조금을 지원한 죄가 있다면서 상호 맞대응은 상처만 남길 뿐이라고 주장했다. EU는 특히 보잉과 에어버스가 양분하고 있는 민간 항공기 시장에 러시아와 중국이 파고들기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며 안간힘을 쓰는 상황에서 미국가 유럽의 협력이 절실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에어버스는 별도 성명에서 에어버스가 미 경제에도 보탬이 되고 있다면서 앨라배마주 모빌의 에어버스 공장을 비롯해 미국의 부품 공급망이 40개주에 걸쳐 27만5000명을 고용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EU는 미국이 관세를 물리면 EU 역시 보복하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말름스트룀은 "미국이 관세를 물리기로 결정하면 EU 역시 같은 대응 외에 다른 대안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와 관련해 EU는 관세 대상 미국 제품 2000억달러어치에 대한 리스트를 뽑아놓고 있다.

한편 EU는 WTO 판정과 관계없이 미국의 자동차 관세 위협에도 노출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이 미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상무부가 판단함에 따라 다음달 13일까지 이들 제품에 관세를 물릴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자동차 관세, 항공기 보조금 상계관세 등이 EU와 미국간 무역전쟁으로 치닫게 되면 세계경제는 미중 무역전쟁에 더해 미EU 무역전쟁까지 맞닥뜨리게 된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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