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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CCTV 등 신기술 활용 … 수백 공무원 ‘충원 효과’낸다[행안부, 공무원 재배치 박차]

안태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03 17:47

수정 2019.10.03 17:47

2년간 1만3000명 재배치 ‘정원 효율화’
경찰, 정보·보안 줄이고 여성·사이버 늘려
법무부, 강력범죄자 추적 CCTV와 연계
환경·농식품부, 현장방문 대신 드론 투입
농림축산식품부가 농업직불제를 통한 보조금 부정수급을 단속하기 위해 띄운 드론이 촬영한 영상. 조사원들이 직접 방문하기 어려운 섬, 산간오지 등을 드론을 이용해 쉽게 단속할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농림축산식품부가 농업직불제를 통한 보조금 부정수급을 단속하기 위해 띄운 드론이 촬영한 영상. 조사원들이 직접 방문하기 어려운 섬, 산간오지 등을 드론을 이용해 쉽게 단속할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법무부 소속의 대전 위치추적관제센터에서 자치단체 CCTV관제센터의 영상을 받아 확인한 모습. 법무부 제공
법무부 소속의 대전 위치추적관제센터에서 자치단체 CCTV관제센터의 영상을 받아 확인한 모습. 법무부 제공
공무원 증원은 뜨거운 감자다. 소방·경찰·세관·해경·환경감시 등 현장 공무원들은 부족한 인원으로 격무에 시달려 인원충원을 호소하고 있는 반면 국민이 공무원 수를 늘리는 데 갖는 반감도 여전하다. 정부는 정원 재배치와 효율화를 통해 신규 충원 못지않은 증원 효과를 내고 있다. 정원 재배치는 시대적·기술적 변화 등으로 업무량이 줄어든 곳에서 늘어난 곳으로 인력을 조정해 업무균형을 꾀하는 게 목표다.
정원 효율화는 드론, CCTV 네트워크 등 신기술을 이용해 공무원 증원 효과를 내는 간접적 방식이다. 신기술을 활용하면 현장공무원 충원 없이 수백명을 충원하는 효과를 볼 수 있어서다.

공무원 증원은 인원수가 구체적으로 명시되고, 그에 따르는 인건비도 바로 도출되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조직 비대화에 따른 우려를 하고 있지만 이런 재배치를 통한 조직·효율화는 정확한 성과 측정이 쉽지 않아 국민이 제대로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다. 공무원 증원이 바로 예산을 투입해 신규 공무원을 채용하는 건 아니다. 정원 재배치를 통한 공무원조직의 효율성과 그 의미를 살펴본다.

■2년간 공무원 1만3000여명 재배치

3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7월까지 총 1만2949명의 국가공무원 정원을 재배치했다. 기능이 감소한 곳의 인원을 새로운 업무를 추진하거나 시대적·사회적 변화로 인해 업무량이 급격히 증가한 곳으로 옮겨 조정한 것이다.

이는 문재인정부의 현장공무원 증원에 따른 보완책의 하나다. 불가피하게 공무원 수를 늘리더라도 기존 업무를 면밀히 살펴보고 업무 대비 정원이 많다고 판단되는 곳의 정원을 떼다가 반대로 업무 대비 정원이 부족한 곳을 메우는 식이다. 사실 정원을 조정하는 일은 쉽지 않다. 행정부의 방만한 운영을 막기 위해 행안부가 정원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각 정부부처가 정원을 늘리려면 행안부와 협의해야 한다. 이를 '조직업무'라고 하는데 행안부는 각 부처가 들고 온 정원 1명에 따른 업무들을 계량화하고 평가해 1명분이라고 판단할 경우에만 추가 정원을 승인해준다. 어렵게 따낸 정원인 만큼 각 부처는 늘어난 정원을 지키려는 경향이 강하다.

행안부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전 부처 정원의 5%인 1만3500명 이상을 감축해 신규·핵심수요·현장서비스 분야에 재배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군인·헌법기관, 지방직을 제외한 48개 중앙부처 5급 이하 일반직·특정직 공무원이 대상이다. 매년 부처별로 자체 수립한 재배치계획을 취합해 정부 재배치계획을 세운다. 각 중앙부처가 재배치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지난 정부의 재배치정책이었던 '통합정원제'와도 차별점을 뒀다. 예컨대 인사혁신처에서 줄인 정원이 산업통상자원부, 교육부 등 현안이 많은 부처에 추가되는 등 '남좋은 일 하는 꼴'이 될 수도 있는 탓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번 정부의 재배치는 각 부처가 노력해서 줄인 정원을 해당 부처에서 소화할 수 있도록 했다. 성과에 따라 증원 인센티브도 부여한다. 향후 별도의 증원 협의를 할 때 재배치 실적을 반영, 재배치 성과만큼 증원을 돕겠다는 것이다.

법무부 산하 강력범죄자 위치추적관제센터에서 전국 강력범죄자를 감시하고 있다. 법무부는 오는 2023년까지 전국 자치단체 CCTV 관제센터와 연계를 완료해 촘촘한 감시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법무부 제공
법무부 산하 강력범죄자 위치추적관제센터에서 전국 강력범죄자를 감시하고 있다. 법무부는 오는 2023년까지 전국 자치단체 CCTV 관제센터와 연계를 완료해 촘촘한 감시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법무부 제공
드론·CCTV 등 신기술 활용 … 수백 공무원 ‘충원 효과’낸다[행안부, 공무원 재배치 박차]
■경찰, 보안·정보↓, 여청·사이버·과학수사↑

경찰이 대표적이다. 경찰은 올해 760명을 재배치했다. 업무수요가 감소한 정보·보안 업무 인력을 줄여 여성청소년·사이버·과학수사 등 신규 업무수요가 증가하는 부서에 재배치했다. 정보 분야의 경우 외근 업무량 감소와 집회 채증·소음관리 업무의 이관 등으로 437명을, 보안 분야는 장기 내사업무 근절, 탈북민 업무 이관 등으로 260명을 줄였다.

이렇게 줄인 정원 145명을 여성청소년 수사에 투입했다. 재범률이 높은 가정폭력 사건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피해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사이버 성폭력, 인터넷 도박 등 신종 사이버 범죄와 디지털포렌식 전담에 194명, 신속한 현장감식 체계 구축을 위한 과학수사에 34명을 추가했다.

교육부도 재배치를 통해 학생 수 증감에 대처하고 있다. 다양한 사회·경제적 요인에 따라 지역별 학생 수가 크게 변동하고 있어서다. 초등학생의 경우 최근 4년간 서울, 대구는 0.74%, 0.71%가 줄었고 세종, 경기는 0.49%, 0.61% 늘었다. 교육부는 올해 초등교원 326명, 중등교원 563명 등 총 889명을 재배치했다. 초등교원은 서울 263명, 대구 25명 등이 줄고 전남 80명, 충남·전북이 55명씩 늘었다. 중등교원도 서울 271명, 대구 80명 등을 줄여 경기 402명, 세종 84명 등 학생 수가 늘어난 지역으로 옮겼다.

산림청은 지역별 산불 위험정도를 감안해 산불 진화인력을 조정했고, 특허청도 기능이 약화된 심사품질 평가 담당관 인력을 특허·영업비밀·디자인 분야까지 업무가 확대된 특별사법경찰 인력으로 재배치했다.

환경부 한강청 환경감시단 직원들이 작년 3월 경기 광주의 불법소각이 만연한 소규모 가구제조업체 밀집지역을 단속하기 전에 드론을 점검하고 있다. 환경부 제공
환경부 한강청 환경감시단 직원들이 작년 3월 경기 광주의 불법소각이 만연한 소규모 가구제조업체 밀집지역을 단속하기 전에 드론을 점검하고 있다. 환경부 제공
■CCTV 네트워크로 강력범죄자 감시

신기술을 도입해 증원 효과를 내는 정원 효율화도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지점이다. 대표적 사례가 법무부의 강력범죄자 전자발찌 감독 위치추적시스템과 광역CCTV 통합시스템의 연계다.

전자발찌 처분을 받은 범죄자가 금지된 구역에 접근하거나 발찌를 끊었을 경우 경보가 울리고, 곧바로 자치단체 CCTV관제센터의 영상을 서울과 대전 위치추적관제센터가 받아 범죄자를 추적하는 시스템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올해 4월 대전을 시작으로 광주, 서울 마포·서초구의 CCTV를 연동했고 순차적으로 전국망을 연결하고 있다"며 "내년이 되면 인구 20만 이상 도시의 CCTV센터 연결이 완료돼 촘촘한 감시망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2023년까지 전국 연계가 완료된다"고 밝혔다.

■드론 투입으로 줄인 인력도 신규분야 재배치

환경부와 농림축산식품부는 공무원이 직접 현장을 방문·확인해야 하는 업무에 드론을 투입해 업무범위를 크게 넓혔다.

특히 환경부는 한강유역환경청 환경감시단이 수행하는 환경오염행위 감시에 드론을 도입해 줄인 인력을 업무량이 급격히 증가한 화학사고분야로 재배치했다. 효율화와 재배치를 동시에 한 것이다. 한강청이 수도권 전역을 담당해 점검 대상이 약 29만곳에 달하지만 감시인원은 10~12명밖에 되지 않아 인력이 태부족인 상황이었다. 이들이 2인1조로 오염물질 배출이 의심되는 공장 한두 곳을 방문, 굴뚝을 타고 올라가 확인하는 방법에 의존하고 있었다.

지금은 드론에 대기측정장치를 달아 오염물질 배출이 의심되는 공장에 투입된다. 굴뚝 가까이 다가가 농도를 측정하고 영상장비로도 시설물 미비·불량 등을 잡아낸다. 환경부 관계자는 "드론 감시팀이 한번 현장에 나가면 하나의 산업단지 내 500~600개 사업장 전체를 한번에 살펴본 후 오염물질 농도가 높게 나온 공장이나 영상으로 이상이 발견된 공장을 찾아가 직접 확인하고 있어 업무 효율성이 크게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농식품부도 농사 짓는 이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농지직불제의 부정수급 점검에 드론을 활용하고 있다. 산간 오지, 섬 등 쉽게 방문하기 어려운 지역에 우선 투입되고 있다. 작년 하반기에 처음 도입해 현재 33개 지원·사무소에서 드론을 운영하고 있다. 비행 전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기반 기술로 조사대상 농지를 선택하고 최단 비행경로를 탐색한 후 자동비행을 실시해 대상 농지를 촬영한다. 촬영을 마친 드론은 스스로 복귀한다. 별도의 조작이 필요하지 않아 안정성이 높다.


경찰청도 실종사 수색에 드론 투입을 추진하고 소방청도 초고층건물 인명 검색, 재난현장 지휘관제 등에 드론을 활용하고 있으며 '소방드론 표준규격'도 마련했다. CCTV, 드론 등 신기술을 도입하는 경우 몇 백명의 현장공무원 증원과 유사한 효과를 낼 수 있어 앞으로도 많은 분야에 확대될 예정이다.


이재영 행정안전부 정부혁신조직실장은 "최근 안전·복지 등 공무원 충원 소요가 많은데 신규로 충원하기에 앞서 기존 인력을 충분히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행정수요가 감소한 분야의 인력을 적극 재배치하고 신기술 도입을 통한 정원 효율화도 함께 챙기겠다"고 밝혔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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