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외교/통일

8시간반 협상에도… 북·미 또 빈손[스톡홀름 '노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06 17:39

수정 2019.10.06 17:39

北 "아무것도 들고 오지 않아"
美 "창의적 구상 가져왔다"
7개월만에 만난 실무협상팀
싱가포르 합의 조치 놓고 이견
북미 실무협상 '노딜'/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운데)가 5일(현지시간) 오후 스웨덴 주재 북한대사관 앞에서 북·미 협상 결렬을 선언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김 순회대사는 성명에서 "미국은 그동안 유연한 접근과 새로운 방법, 창발적인 해결책을 시사하며 기대감을 한껏 부풀게 하였으나 아무것도 들고 나오지 않았으며, 우리를 크게 실망시키고 협상 의욕을 떨어뜨렸다"고 주장했다. 뉴스1
북미 실무협상 '노딜'/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운데)가 5일(현지시간) 오후 스웨덴 주재 북한대사관 앞에서 북·미 협상 결렬을 선언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김 순회대사는 성명에서 "미국은 그동안 유연한 접근과 새로운 방법, 창발적인 해결책을 시사하며 기대감을 한껏 부풀게 하였으나 아무것도 들고 나오지 않았으며, 우리를 크게 실망시키고 협상 의욕을 떨어뜨렸다"고 주장했다. 뉴스1
북한 외무성 김명길 순회대사(오른쪽)와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5일 오전 10시(현지시간)께 스웨덴 스톡홀름 외곽 리딩고 섬에 있는 콘퍼런스 시설인 빌라 엘비크 스트란드에서 비핵화 실무협상에 돌입했다. NHK 화면 캡처
북한 외무성 김명길 순회대사(오른쪽)와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5일 오전 10시(현지시간)께 스웨덴 스톡홀름 외곽 리딩고 섬에 있는 콘퍼런스 시설인 빌라 엘비크 스트란드에서 비핵화 실무협상에 돌입했다. NHK 화면 캡처
5일(현지시간) 스톡홀름에서 열린 북한과 미국의 비핵화 실무협상은 결국 노딜로 끝났다.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에 대한 근본적 시각차로 성과를 내지 못하고 돌아갔던 양측은 약 7개월 만에 다시 만났지만 결국 접점을 찾지 못했다. 양측은 후속 협상일정도 확정짓지 못한 채 협상장을 나왔고, 북한은 결렬의 책임을 미국에 떠넘겼다.

■"아무것도 없이" "창의적 방안 제시"

이날 스웨덴 스톡홀름 외곽의 콘퍼런스 시설 '빌라 엘비크 스트란드'에서 열린 북·미 실무협상 직후 김명길 북측 수석대표는 굳은 표정으로 "협상은 우리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결렬됐다"면서 "나는 이에 대해 매우 불쾌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로가 새로운 셈법과 새로운 방식을 거론하며 분위기를 띄웠던 것을 감안하면 '결렬 선언'은 예상보다 나쁜 결과다.

북한이 주장하는 결렬 원인은 '미국의 구태의연한 입장과 태도'다. 미국이 유연한 접근과 새로운 방법, 창의적 해결책을 시사하며 기대감을 부풀렸지만 정작 협상장에 아무것도 들고 오지 않아 자신들을 실망시키고 의욕을 낮췄다는 게 북한의 입장으로, 미국 책임론을 꺼내들었다. 북한은 지난달 이후 내놓은 다섯 차례의 대미 담화를 통해 '새로운 셈법'을 전제로 실무협상에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 미국 측은 다른 의견을 내놨다. 미국 국무부 모건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협상 직후 성명에서 "이번 협상에 창의적인 구상들을 가져왔고, 북한 측과 좋은 논의를 했다"면서 "북한 대표단의 발언은 8시간30분 동안 이뤄진 논의의 내용이나 분위기를 반영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번 협상 국면에서 미국과 긴밀히 공조를 하며 상황을 공유했던 우리 정부 역시 기본적으로 미국과 같은 입장을 견지하면서 교착상태 이후 처음으로 북·미 실무협상팀이 만난 것 자체는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향후 대화 모멘텀을 이어가자는 것이다.

현재 스웨덴 정부는 2주 뒤 재협상을 북·미 양측에 제안했지만 긍정적인 미국 입장과 달리 북한의 수락 여부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향후 실무협상 일정을 잡는 것 역시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되는 지점이다.

■'싱가포르 합의' 상응조치 시각차

이번 회담에서는 북한이 기대한 '창의적 해결책'과 미국이 가져간 '창의적 구상'의 격차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번 협상에 미국 측이 빈손으로 나왔다며 결국 문제를 풀 생각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신들은 협상에서 북·미 대화의 돌파구를 열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을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김 수석대표는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중지, 미군 유해송환 등 선제적 비핵화·신뢰 구축 조치에 미국이 성의 있게 화답하면 다음 단계의 비핵화가 본격 논의될 수 있다"고 밝혔고 이는 북·미 간 신뢰 관계를 회복하고 문제 해결에 유리한 분위기를 만들 현실적이고 타당한 제안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이 거론한 조치들은 모두 지난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의 합의 관련 내용이다.
미국 국무부도 성명에서 싱가포르 북·미 정상합의 관련 추진계획들을 논의했다고 공개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비핵화에 대한 근본적 측면에서 북·미 양측은 발전된 논의를 하지 못했고, 결국 결렬로 이어졌다"면서 "북한은 실무협상 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했음에도 '지켜보자'고만 말한 미국을 더욱 강하게 압박, 다음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전략을 펴고 있다"고 평가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실장도 "결국 북한은 실무협상에서 어떤 합의를 도출하기보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으로 가려는 데만 관심을 보인 셈"이라면서 "김 대표가 ICBM 시험발사 중지 여부가 미국에 달렸다는 발언을 한 것에서도 이미 협상 진행에 대한 지시를 갖고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강중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