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노동존중특별시 서울' 멈춰서는 안된다

9월 30일 감사원은 서울교통공사의 정규직 전환과정 중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결과를 접하며 2016년 구의역 스크린도어 수리중 짧은 생을 마감한 청년 비정규노동자 김군의 죽음과 이를 애도하던 호롱불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작가 김훈은 산업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또 한 명의 비정규노동자 김용균군을 추모하며 "김용균이라는 빛은 비록 작지만 인간이 잃어버린 감각을 회복시켜주는 호롱불로 확산되고 있다"고 했다. 그 호롱불이 구의역 9-4 승강장을 수 놓았던 것을 많은 이들은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당시 시민들은 참담한 노동현실에 분노하며 비용절감 등의 이유로 생명·안전업무의 무분별한 외주화를 방치해서는 안 되며, 시급히 직접고용을 추진하라고 정부와 서울시에 요구했다. 그리고 서울시는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통해 노동환경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감사결과를 보며 구의역 김군을 떠올린 것은 이 청년노동자의 죽음이 감사원이 문제 삼은 교통공사 일반직 전환의 발단이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위험의 외주화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고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했고, 나아가 동일가치 노동을 하는 정규직에 비해 차별받는 무기계약직을 전면 정규직화하고자 했다. 이러한 교통공사의 무기계약직 일반직화는 노동시장 격차와 불평등의 근원인 차별해소와 동일노동·동일임금 가치 실현을 향한 서울시 핵심 정책이었다.

서울시 노동정책을 지지하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 이번 결과가 이 취지를 폄훼하여 노동존중특별시의 행보를 제약하지는 않을까 우려가 앞섰다. 정규직화 과정에서 절차적 공정성 강화와 혹여 발생할 수 있는 채용비리 등 근절에 만전을 기하는 것은 마땅하지만, 구체적 위법성을 적시하지 않고 절차의 불공정성을 제기하는 것은 사실관계에 기반 하지 않은 왜곡과 억측을 야기할 수 있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모범적 사용자인 서울시 노동존중정책 의의를 훼손해 공공부문 정규직화 확산이 제약받을 까다.
구의역 김군과 김용균, 그리고 수많은 비정규노동자의 영전 앞에서 노동자 시민들은 오늘도 무수히 많은 호롱불을 밝히며 정부와 지자체가 앞장서 이 죽음의 행렬을 멈춰달라고 요구한다.

그 호롱불들이 회복시켜 준 인간의 '잃어버린 감각'은 무엇인가. 무분별한 이윤추구로 노동자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비정규 노동을 착취하는 현실을 정부와 지자체가 묵과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노동은 마땅히 존중되고,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지극히 인간적인 노동존중의 감각 아니겠는가.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와 산하기관들은 노동자 시민의 호롱불들이 재구성한 노동존중 감각에 부응해 노동정책을 추진 할 책무가 있다. 공공부문 생명·안전업무의 정규직화, 동일가치노동·동일임금의 실현을 위한 길을 쉼 없이 걸어 나가는 것이 바로 그 책무다.

권혜원 동덕여대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