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중동 이슈에 움직이는 국제유가는 옛말?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11 16:10

수정 2019.10.11 16:10

[파이낸셜뉴스] 터키가 쿠르드족을 상대로 군사작전을 펼치면서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감이 고조됐지만 국제 유가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 원유 시설 공격 등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정이 과거처럼 국제 유가의 변동성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업계는 셰일오일 혁명으로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증가하고 최근 미·중 무역전쟁으로 수요가 부진한 점을 이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터키가 쿠르드족을 대상으로 군사작전을 펼친 날인 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4센트 내린 52.5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브랜트유는 0.08달러 상승한 58.32달러에 마감됐다. 10일(현지시간)에는 WTI가 1.8% 소폭 상승해 53.55달러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쿠르드족을 상대로 터키군의 군사작전이 시작돼 국제 유가 상승을 예상했다. 그러나 미국의 원유 재고량이 시장의 예상보다 늘어 국제 유가는 오히려 떨어졌다. 미국 에너지정보청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의 원유 재고량은 290만 배럴 증가했다. 당초 시장은 140만 배럴을 예상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전세계 최대 원유 생산 국가로 올라서면서 중동에 좌우되던 국제유가 시장에 변화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영국의 석유회사 BP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해 일일 원유 생산량은 1500만 배럴이다. 사우디아라비아 1200만 배럴를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미국의 경우 지난 2008년 일일 원유 생산량이 680만 배럴에 불과했지만 10여년 사이 두 배이상 증가했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2008년 1000만 배럴을 생산해 최근과 비교해도 큰 변화는 없다.

국내에서도 미국의 원유 수입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2017년 중동산 원유의 수입 비중은 81.7%(9억 1345만 배럴)로 2007년(80.7%) 이래 가장 적었다. 이에 비해 미국산 수입량은 2017년 1342만 9000 배럴(약 7억 3040만달러)에서 2018년 6094만 2000 배럴(약 45억 1025만달러)로 급증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중동 이슈에 국제 유가의 변동성이 심했지만 지금은 미국의 공급량이 받치고 있어 과거처럼 움직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수요측면에서의 부진도 국제 유가 상승을 제한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제기되면서 주요 국제 기관들이 세계 경제 성장률을 낮추고 있다.
세계은행은 당초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 2.6% 달성이 어렵다고 예측했다. 국제통화기금 역시 올해와 내년 경제 성장 전망치를 대폭 하향 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공급, 수요 측면에서 유가 상승의 요인이 없다"고 전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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