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한·일 치킨게임, 이낙연 총리가 끊어주길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 참석
아베와 현실적인 해답 찾길

이낙연 국무총리가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 참석을 위해 오는 22~24일 일본을 방문한다. 이 총리는 아베 신조 총리도 만날 예정이다. 올 들어 한·일 관계는 지난 1965년 국교 수립 이후 최악으로 치달았다. 이 총리는 대표적인 지일파로 꼽힌다. 언론인 시절 주일특파원을 지냈고, 의원 시절 한일의원연맹 수석부회장도 맡았다. 이낙연·아베 회담이 한·일 관계를 정상으로 돌리는 변곡점이 되길 바란다.

문 대통령이 즉위식에 참석하지 못하는 것은 아쉽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인다. 일왕 즉위식은 일본으로선 국가적 경사다. 행사엔 영국의 찰스 왕세자 등 전 세계에서 정상급 지도자 수십명이 한꺼번에 몰린다. 문 대통령이 아베 총리를 만난다고 해도 양국 간 무역마찰이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 등을 놓고 깊은 이야기를 나누긴 어렵다.

이 총리에겐 한·일 관계 정상화의 물꼬를 트는 역할이 맡겨졌다. 우리는 이 총리가 현실주의적 해법을 모색하길 바란다. 지금 과거사를 놓고 옳고 그름을 따져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 지난 수십년간 그런 식으로 다퉜지만 되레 실타래만 더 엉켰다. 외교에선 구동존이(求同存異), 곧 서로 다른 점을 인정하면서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방식이 흔히 쓰인다. 대일외교 역시 구동존이가 유용한 전략이다.

우리는 아베 총리에게도 아시아 대국 지도자다운 포용을 주문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 8·15 경축사에서 "일본이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우리는 기꺼이 손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 도쿄올림픽을 언급하며 "동아시아가 공동 번영의 길로 나아갈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문 대통령이 내민 올리브 가지를 외면했다. 만약 이번에도 일본이 반세기 전에 맺은 청구권협정만을 고집한다면 얼음장처럼 얼어붙은 한·일 관계는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다.

지난 9월 하순 서울에서 열린 한일경제인회의에서 기업인들은 "양국 정부가 대화를 통해 관계 복원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늘 정부와 정치인 눈치를 보는 기업인들이 이런 성명을 낸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이에는 이' 식의 보복성 치킨게임은 두 나라 경제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칭칭 꼬인 매듭은 단칼에 잘라버리는 게 낫다. 이 총리가 '고르디우스의 매듭'에서 한·일 관계를 풀 지혜를 찾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