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정쟁으로 한해 보내는 '전무위(全無委)'

최경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14 18:05

수정 2019.11.21 21:27

[기자수첩] 정쟁으로 한해 보내는 '전무위(全無委)'
[파이낸셜뉴스 최경식 기자]
지난 9월 이전까지 국회 정무위원회(위원장 민병두)는 전체 상임위원회 중에서 올해 단 한 건도 법안 처리를 하지 못한 유일한 상임위였다. 이로 인해 '전무위'라는 조롱 섞인 별칭을 얻기도 했다. 그나마 지난달 P2P 법안을 겨우 처리해 최소한의 체면치레는 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여전히 상임위에는 계류된 법안이 수백건이 쌓여있고, 신용정보법과 금융소비자보호법 등 주요 법안의 연내 처리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오랜 기간 계류됐던 신정법 등 몇 가지 법안은 이번 국회에서도 처리를 못할 경우 자동폐기 과정을 밟게 된다.

올 한 해 동안 정무위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고 공전을 거듭하게 된 배경에는 극단으로 치닫는 정치권의 정쟁이 있다.
여야 간 법안 자체에 대한 이견은 적음에도 불구하고 법안과는 무관한 다른 정치적 갈등이 개입돼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올 상반기에는 손혜원 의원의 부친 서훈 관련 문제가 정무위의 대표적 정쟁이었다. 하반기 국감에서는 조국 관련 정쟁이 모든 현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돼 정무위의 정책국감을 실종시키고 있다. 금융권 불완전판매와 소비자 보호 등 다양한 사안과 연계된 또 다른 핵심 이슈인 파생결합상품(DLF·DLS) 문제마저도, 증인 채택에서부터 진통을 겪는 등 적절히 다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 기대됐던 20대 국회 마지막 정무위 국감에서의 '유종의 미' 달성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할 듯하다. 올해 남은 기간에도 이런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정무위는 국민 실생활과 맞닿아 있는 금융업을 관리·감독하는 금융당국을 감사하고, 필요한 금융사안을 입법화하는 등 금융 관련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는 곳이다. 정쟁에 휩싸여 제 일을 하지 못하는 것은 곧 국내 금융산업의 혁신과 발전도 더디게 만드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핀테크 업체 등 금융혁신 이해관계자들의 노심초사가 상황의 심각성을 대변한다. 이해관계자들은 지난해 발의된 데이터3법이 상반기에는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보고, 이미 사전 준비작업을 진행했었다.
하지만 올해 국회 통과가 불투명해지면서 관련 법에 기반한 금융혁신은 요원해지고 있다고 우려한다. 어느덧 20대 국회도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국민의 뜻을 대변하기 위해 선출된 국회의원들이 그동안 자신과 소속당만을 위한 정쟁에 더 몰두한 것은 아닌지 돌아볼 시점이다.

kschoi@fnnews.com 최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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