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외교/통일

북·미 교착상황에 韓 역할 흔들.."성급·초조는 금물"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18 15:21

수정 2019.10.18 15:21

해법 없는 비핵화에 표류하는 북·미 관계
이에 따라 우리 정부 역할도 제한적 상황
문재인 정부 내 비핵화 사실상 불가능해
"장기적 안목으로 안보, 한·미동맹 챙겨야"
(왼쪽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북미대화가 최근 실무협상 결렬 등으로 교착국면에 빠진 가운데 비핵화 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역할도 제한되고 있다. /사진=뉴스1
(왼쪽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북미대화가 최근 실무협상 결렬 등으로 교착국면에 빠진 가운데 비핵화 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역할도 제한되고 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지난 5일 스웨덴 스톡홀름 북·미 실무협의 결렬 이후 비핵화를 위한 북·미 대화가 다시 교착 국면에 접어들면서 우리 정부의 역할 역시 점점 더 희미해지고 있다. 북·미 관계가 삐걱거리면서 사실상 종속관계에 있는 남북관계는 역주행을 하고, 비핵화 국면에서 정부의 입지도 축소되고 있다.

정부는 최근 국정감사 등 여러 계기를 통해 정부가 비핵화 국면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현 상황을 관리하면서 북·미 관계의 개선을 기다려야 한다는 입장을 직·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즉 북·미 관계와 비핵화 대화가 잘 풀리기를 기다리는 것 외에 정부가 특별히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에 그동안 상당한 공을 들이며 기대감을 부풀렸고, 북·미 관계에서 중재자·조정자·운전자 역할을 자처했던 것을 고려하면 실망스러운 국면이다.

심지어 결렬된 스톡홀름 실무협의 이후 스웨덴 정부까지 '한반도·북미관계의 촉진자'를 표방, 미국과 북한에 추가 실무협상을 제안하는 상황까지 펼쳐졌다. 지난 1월 북·미 실무협상에 한국도 참여해 조정자 역할을 대내외에 분명히 알렸던 것과는 대조적인 전개다.

현재로선 미국이 마련한 '창의적 제안'을 북한이 받아들이지 않고 계속 새로운 해법을 원하는 상황에서 비핵화 문제에 긍정적 기류가 펼쳐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북·미 대화에 적극적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역시 최근 북한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우리 정부가 정책을 잘못 폈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 역할이 없다기보다는 북한이 핵무기에 대한 집착이 너무 강해 북·미 관계와 비핵화 대화가 진전될 수 없었고, 때문에 정부가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구조적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우리 정부의 역할 부재를 성급하고 초조하게 인식하지 말고 최근 점증하는 북한의 도발에 대응해 대비태세와 안보역량을 고도로 유지하고 북한에 대해서도 할 말은 하는 의연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현재로선 백약이 무효하다"면서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이제 2년 반 남았는데, 현실적으로 비핵화를 임기 내에 끝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우리의 안보이익을 최대한 지키면서 현 상황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 센터장은 "정부는 장기적 안목을 갖고 북핵에 대한 억지력 마련하고 북한과 대화하겠다는 미국의 노력을 지원하며 '비핵화는 양보할 수 없다'는 것도 미국에 명확히 해야 한다"면서 "상황이 부정적으로 흐를 경우를 대비한 '플랜B' 계획도 구상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도 "정부의 정책 실패로 이런 상황에 처했다고 보긴 어렵다"면서 "정부는 비핵화 문제가 단시일 내에 풀릴 가망이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초조해하지 말고 한·미 동맹을 굳건하게 하면서 북한의 선택을 기다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한·미 동맹을 굳건하게 유지하고, 한·일, 한·미·일 공조로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향후 벌어질 상황에 대응하는 모양새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최근 비번하게 미·일 카운터파트와 접촉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김주영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