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fn이사람] ‘극한직업’ 영화감독…"10명중 4명 年1000만원도 못벌죠"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18 17:27

수정 2019.10.18 17:27

민규동 한국영화감독조합 대표
영화 제작에만 집중하도록 영화감독 저작권 보장돼야
안정적 재정 지원 위해 대기업과 적극 협업 나서
현대오일뱅크 후원 배리어프리 영화 제작 예정
[fn이사람] ‘극한직업’ 영화감독…

"연간 1000만원도 못 버는 대다수의 영화감독들이 영화 제작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한국영화감독조합 대표로서의 사명감이다."

'허스토리' '내 아내의 모든 것'을 연출한 민규동 영화감독(사진)의 또 다른 직업은 '한국영화감독조합의 대표'다. 영화감독조합은 영화감독들의 창작의 자유와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340여명의 감독들이 가입된 단체다. 민 대표는 지난해 2월부터 대표를 맡아 영화감독들의 권익보호와 '생산성 있는 삶'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대기업들과 영화감독조합 간의 중장기 후원계약을 이끌어 내면서 노력의 결실을 맺고 있다.

민 대표의 목표는 영화감독들이 영화를 꾸준히 제작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다.
현재 영화감독들의 40%는 연평균 소득이 1000만원도 안된다. 민 대표는 그 일환으로 영화감독들의 저작권 보장과 조합의 재정 안정성을 확보를 통한 감독들의 복지 향상에 힘쓰고 있다.

영화 저작권의 경우 모두 제작사가 보유하고 있다. 프랑스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최근 변화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민 대표는 "감독들이 저작권료를 받으면 지속적으로 영화를 제작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문화산업 발전이라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회와 정부를 상대로 이 같은 입장을 꾸준히 전달하고 있다.

영화감독조합이 재정 안정성을 확보해 영화감독들을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것 역시 또 다른 방법이다. 조합은 자체적으로 일부 수익사업을 하고 있지만 재정 확보 차원에서는 이제 걸음마를 뗀 수준이다. 민 대표는 대기업들과의 적극적인 협업을 생각했다. "기업들은 문화로 사회공헌활동을 하겠다는 니즈가 있다"며 "영화감독들의 재능 기부와 이를 연결시키면 공익 차원에서도 의미가 크다."

최근 현대오일뱅크1%나눔재단과 배리어프리 영화를 제작하기로 협업한 것이 1호 협력 사업이 됐다. 두 기관은 올해 말까지 두 편의 '배리어프리' 영화를 제작하고 내년에도 2~3편을 추가 제작할 예정이다.

배리어프리(Barrier Free)란 자막과 화면 해설이 포함돼 시청각장애인과 초고령층뿐만 아니라 한국어 구사 능력이 떨어지는 다문화가정 등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영화다.

민 대표는 "장애인들이 과거에는 그늘에 숨어 있었고 그들에 대한 편견도 많았지만 지금은 이런 것들이 많이 사라졌다"며 "이들도 영화를 즐길 수 있는 권리가 있고 이들을 위한 배리어프리 영화 수요는 더 많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현대오일뱅크는 감독조합과 배리어프리 영화 제작뿐 아니라 농어촌 지역 학생들을 대상으로 영화 촬영현장 체험도 진행할 방침이다.

민 대표는 "영화는 21세기 가장 강력한 소통 수단"이라며 "앞으로는 감독들 개개인이 펼쳐왔던 사회공헌활동을 감독조합 차원에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러 기업들과 이런 분야에서의 협력에 대해서도 현재 논의 중이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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