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공적개발원조의 난제와 해법

우리나라는 공적개발원조(ODA) 공여국이다.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환골탈태한 거의 유일한 나라인 것이 우리의 큰 자랑이다. 완만하지만 해마다 꾸준히 규모를 키워 작년에는 약 2조6000억원에 이르는 원조를 집행했다. 이는 국민총소득(GNI)의 0.1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ODA는 그러나 국민 눈높이에서 보기에 효과적이어야 한다.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는 이미 공감대가 있다. 개발도상국의 발전과 복지증진을 지원하고,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을 추구하자는 차원이다. 문제는 그 목표를 어떻게 성취할 것인가로 모아진다. 그 흐름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우선 공동체 중심의 사회적 가치를 지향해야 한다. 여성, 아동, 장애인 등 취약집단의 인권이 고양되는 개발이야말로 진정한 진보라고 믿는다. 유엔이 추구하는 지속가능개발목표(SDG) 체계는 '아무도 소외되지 않는' 인류사회로 발전해 나가기 위한 행동계획이다. 문재인정부는 국민 누구나 성별, 지역, 계층, 연령에 상관없이 차별받거나 배제되지 않고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으며 함께 잘살 수 있는 '포용국가'를 지향하고 있다.

다른 갈래는 시장 중심의 경제적 가치를 지향한다. 수요와 공급이 창출되어 만나는 시장 생태계 구축이야말로 지속가능성을 담보한다고 믿는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황폐해진 유럽의 재건을 위한 미국의 원조였던 '마셜플랜'의 성공을 대표 예로 든다. 산업재건 중심의 자금지원, 노동생산성 제고를 위한 기술지원, 수원국 정부의 상환자금 재투자를 강제했던 마셜플랜에 힘입어 유럽은 괄목할 만한 성장을 20여년간 지속했다.

현 정부 신남방정책의 주요 원칙은 3P, 즉 사람(people) 중심의 평화(peace)와 번영(prosperity)이다. 우리나라 무상 ODA 전문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지향가치는 이에 환경(planet)을 더해 4P다. 어떤 우선순위와 비중으로 3P, 4P를 추구해야 하나.

첫째, 사람·평화·환경의 가치와 번영의 가치를 어떻게 개별적이거나 상충적이 아닌 상호보완적으로 추구할 것이냐다. 이는 '원조(aid)-개발(development)-번영'의 유기적 연계성을 확보해내는 길이다. 둘째, 상생번영(co-prosperity)을 위한 ODA 방법론을 가다듬고 관련 사업을 확대하는 것이다. 사람·평화·환경을 위한 ODA 개념과 체계를 정립하고 사업으로 구현해 온 그동안의 노력은 국제 ODA 공동체 속에서도 호평받은 자랑스러운 성과였다. 이에 더해 상생번영을 위한 협력을 확대하는 것은 수원국이 간절히 원하고 있고, 또 우리의 발전경험 자체가 다른 공여국 대비 비교우위를 갖게 하기에 당위성도 있다.

상생번영을 위한 ODA로 어떤 분야가 유망할까. 모든 과학기술, 경제산업 분야가 후보이지만 특히 초점을 미래에 맞추고 현실과의 괴리를 분석하는 그리고 그 격차를 좁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두뇌집단(싱크탱크) 형성과 활용이 중요하다.

KOICA가 지원해 설립 중인 국책 연구기관인 미얀마개발연구원(MDI)과 베트남의 한·베과학기술연구원(VKIST)은 수원국 정부의 극찬을 받고 있고, 문재인 대통령도 상생번영을 위한 협력의 좋은 사례로 언급한 바 있다.
우리 정부의 많은 부처와 지자체는 전담부서를 설치해 ODA를 확대하고 있다. 정부출연 연구기관 등 우리나라의 싱크탱크들도 더 적극적인 ODA 참여가 필요하다. KOICA는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

박재신 KOICA 사업전략·아시아본부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