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음주운전 피해자 구하려던 20대, 사고현장 덮친 택시에 치여 중태[클릭 이사건]

이진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20 10:30

수정 2019.10.20 16:39

택시연합회, 배상금 9억 지급후
1차 사고 운전자에 구상금 소송
보험사는 "2차사고와 무관하다"
2016년 9월 자정을 넘은 시각, 경기 광주시 태전나들목(IC) 인근 도로에서 승용차 한 대가 시속 140㎞ 이상 속도로 3차선으로 달리고 있었다. 이 차량의 운전사 김모씨(29)는 면허취소인 혈중알콩농도 0.181%로 만취상태였다. '죽음의 레이스'를 펼치던 김씨는 차선변경을 시도하다 2차선을 달리고 있던 화물차를 들이받았고, 화물차는 미끄러져 전복됐다.

■음주운전 피해자 구하다 사고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리운전 기사가 몰던 차를 타고 가다가 사고현장을 목격한 A씨는 차에서 내려 화물차 기사를 운전석에서 빼냈으나 비극은 한 번으로 그치지 않았다. 뒤따르던 택시가 멈춰선 화물차를 제대로 살피지 못하고 들이받으면서 차와 A씨가 함께 튕겨나가는 2차 사고가 벌어진 것이다. 당시 28세였던 A씨는 이 사고로 중태에 빠져 병원에 옮겨졌으나 뇌손상, 불완전 사지마비, 언어장애, 인지기능장애 등의 진단을 받았다.


김씨와 택시운전사는 재판에 넘겨져 각각 징역 2년 6월의 실형과 금고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조합원의 사고로 생긴 배상책임을 지는 공제조합인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택시연합회)는 지난해 4월 A씨에게 손해배상금과 합의금 명목으로 총 9억8500만원을 지급했다.

■"조치 취하지 않아 2차 사고"

택시연합회 측은 곧바로 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김씨와 자동차보험계약을 체결한 삼성화재해상보험을 상대로 7억8800만원을 청구하는 구상금 소송을 제기했다. 2차 사고가 발생한 데는 김씨의 과실이 80%에 이르러 택시연합회가 A씨에게 지급한 배상액의 80%를 김씨 측 보험사가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보험사 측은 2차 사고는 김씨와 무관하다며 A씨에 대한 배상책임은 없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8부(반정모 부장판사)는 김씨의 과실과 A씨의 상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1차 사고를 일으킨 후 후행사고를 막기 위해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은 상태에서 2차 사고가 발생했다"며 "A씨는 김씨가 운전한 차량과 직접 부딪혀 상해를 입지 않았지만, 후행차량에 의해 2차 사고가 발생할 것이 쉽게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김씨의 과실도 인정돼 택시연합회와 보험사 모두 A씨에 대한 공동 불법행위 책임을 부담한다는 설명이다.

■"음주운전 김씨의 과실 60%"

재판부는 김씨의 과실비율에 대해 △음주 및 과속운전으로 1차 사고를 일으킨 점 △후행사고 예방을 위한 아무런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택시운전사의 경우 전방주시의무 위반을 제외한 어떤 과실도 없었던 점 등을 고려해 "김씨 측의 과실을 택시 측보다 더 중하게 평가돼야 한다"며 60%로 산정했다.
이에 따라 보험사는 피해자에게 이미 지급한 치료비를 제외한 약 5억6000만원을 택시연합회에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보험사 측은 택시연합회가 A씨에 지급한 배상액이 과다하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부상정도, 노동능력상실율 등을 고려하면 10억원 이상으로 예상됨에도 피해자와의 합의를 통해 적은 배상액을 지급한 것"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보험사 측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해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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