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가을야구 중심은 언제나 홈런
AL 휴스턴-양키스 승부는 달라
수비형 포수에 홈런군단 무너져
키움-두산 한국시리즈 마찬가지
진짜 승부처는'작은 플레이'서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 장정석 키움 히어로즈 감독. 뉴시스
두산과 키움이 22일부터 한국시리즈를 벌인다. 이 두 팀은 2013년과 2015년 준 플레이오프서 두 차례 만난 적 있다. 모두 명승부였다. 특히 2013년 준 PO는 대단했다. 여러 가지 사상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1,2,3차전에서 모두 끝내기 안타가 나왔다. 국내 가을 야구 역사상 처음이었다. 두산은 1승 2패로 열세이던 4차전서 2-1로 이겼다. 4차전까지 4경기 모두 한 점차 승부였다. 역시 처음 있는 일.

5차전은 숨 막히는 명승부였다. 키움은 9회 말 투아웃까지 0-3으로 뒤져 있었다. 이 경기서 3타수 무안타로 부진하던 키움 4번 타자 박병호가 동점 3점 홈런을 터트렸다. 상대는 두산의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

연장 13회 초 두산 타자들이 두 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결국 두산이 8-5로 이겼다. 두산은 2연패 끝에 3연승했다. 가을 야구의 초점은 이처럼 홈런에 모아진다. 지난 20일(한국시간) 끝난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도 마찬가지였다.

휴스턴이 뉴욕 양키스를 4승 2패로 누르고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양키스는 2-4로 뒤진 9회 초 르메이휴의 동점 홈런으로 기사회생했다. 그러나 9회 말 휴스턴의 '작은 거인' 알투베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고 패했다.

관심은 온통 알투베에게 쏟아졌다. 하지만 좀 더 들여다보면 홈런에 가려진 작은 플레이들이 눈에 띈다. 특히 이 경기는 양 팀 포수에 의해 분위기가 갈렸다고 해도 과언 아니다.

양키스 포수 산체스는 공격형 포수다. 올 시즌 부상으로 신음하면서도 34개의 홈런을 때렸다. 1-3으로 뒤진 5회 초 한 점차로 추격하는 적시타를 때려낸 타자도 산체스였다. 그에게 굳이 공격형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이유는 수비가 불안하기 때문.

반면 휴스턴 포수 말도나도는 수비형이다. 말도나도는 LA 에인절스 시절인 2017년 14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생애 가장 많은 홈런을 때린 해다. 하지만 그의 홈런 수를 기억하는 팬은 많지 않다. 오히려 홈런보다 그 해 수상한 포수부문 골드글러브가 그를 더 빛나게 했다. 가장 수비가 뛰어난 선수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말도나도는 5회 선두타자로 나와 세이프티 번트를 시도했다. 발 느린 그가 살기에는 1루가 너무 멀어 보였다. 하지만 의표를 찌른 그의 시도는 내야 안타가 됐다. 타구는 양키스 포수 산체스 앞에 떨어졌다. 산체스는 느릿느릿 이 타구를 처리하다 말도나도를 1루에 살려 보냈다.

양키스 선수들의 느슨한 모습은 7회에도 드러났다. 양키스는 2-4로 뒤진 7회 초 선두타자 저지의 내야안타로 기회를 잡았다. 1사 후 4번 힉스의 좌익수 플라이 때 2루를 오버런한 저지가 1루에서 아웃됐다. 아슬아슬한 외야플라이가 나오면 스킵 동작으로 뛰어야하냐 하나 말아야 하나를 결정하는 게 야구의 기본이다.

저지는 신인시절 52개의 홈런을 기록한 양키스의 간판타자다. 홈런 군단 양키스에는 이처럼 줄줄 새는 구멍이 많다. 펀치력 세다고 다 이기진 않는다.

키움과 두산의 한국시리즈는 박병호(키움) 김재환(두산)의 홈런포 대결로 관심을 모은다.
선발(두산)과 불펜(키움)의 높이도 최강이다. 그러나 결국 보이지 않는 작은 부문서 승패가 갈릴 것이다. 역시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