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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중동 강력한 중재자로..터키와 시리아 국경합의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23 16:00

수정 2019.10.23 16:00

쫓겨나는 쿠르드족 150시간내 철수
Turkish President Recep Tayyip Erdogan, left, and Russian President Vladimir Putin look at each other during a joint press conference with following their talks in the Bocharov Ruchei residence in the Black Sea resort of Sochi, Russia, Tuesday, Oct. 22, 2019. Erdogan says Turkey and Russia have reac
Turkish President Recep Tayyip Erdogan, left, and Russian President Vladimir Putin look at each other during a joint press conference with following their talks in the Bocharov Ruchei residence in the Black Sea resort of Sochi, Russia, Tuesday, Oct. 22, 2019. Erdogan says Turkey and Russia have reached a deal in which Syrian Kurdish fighters will move 30 kilometers (18 miles) away from a border area in northeast Syria within 150 hours. (Sergei Chirikov/Pool Photo via AP)
[파이낸셜뉴스] 러시아와 터키가 22일(현지시간) 시리아 국경 문제에 합의했다. 미국이 빠진 공백을 러시아가 메우면서 중동지역 영향력도 덩달아 확대하고 있다. 터키와 쿠르드족 중재 역할도 이제 미국이 아닌 러시아가 맡고 있다. 미국이 중재했던 터키와 쿠르드족간 휴전이 이날 끝남과 동시에 러시아가 이 지역 강력한 중재자로 부상했다. 시리아가 이제는 러시아, 터키, 이란이 활보하는 곳이 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흑해 별장이 있는 소치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을 만나 시리아 국경 문제에 대해 합의했다.
이날 합의로 쿠르드족이 주도하는 자유시리아군(DSF)은 150시간 이내에 일부 국경도시를 제외하고 터키와 맞닿아 있는 시리아 북부 국경지대 30㎞ 밖으로 이동해야 한다. 또 DSF가 철수한 이 지역은 터키와 러시아군 합동 순찰대가 관리하게 된다. 5시간 넘는 정상회담을 끝낸 뒤 나온 이같은 내용의 공동성명은 이날로 끝난 터키와 DSF간 휴전 이후 시리아 북부 국경지대에서 시리아 정부군과 러시아군의 영향력 확대를 천명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시리아에서 미군을 철수시키면서 역내 역학 구도가 빠르게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리아 8년 내전 중간인 2015년 개입한 러시아는 역할을 계속 확대해왔다. 특히 러시아가 개입하면서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은 수세를 딛고 지금은 시리아 국토 거의 대부분을 다시 장악한 상태다.

쿠르드족 문제는 그러나 여전히 미제로 남아있다. 이날 합의에도 불구하고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쿠르드족에 대한 압박을 지속할 뜻임을 내비쳤다. 보도에 따르면 에르도안은 이날 터키로 돌아가는 전용기내에서 기자들에게 쿠르드족을 테러리스트라면서 쿠르드족이 활보하도록 만드는 양보는 절대 없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그동안의 약속은 완전히 이행된 적이 없다"면서 "터키는 필요한 조처를 취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에르도안은 이어 "우리가 양보를 하면 이는 결국 테러리스트들에게 길을 내주는 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터키는 쿠르드족 무장세력을 테러리스트로 간주하고 있고, 이들을 지난 30여년간 터키와 충돌을 빚고 있는 쿠르드노동자당(PKK)와 구분하지 않고 있다. 쿠르드족은 다 똑같다고 보는 것이다.

Russian President Vladimir Putin, right, and Turkish President Recep Tayyip Erdogan shake hands during a joint news conference after their talks in the Bocharov Ruchei residence in the Black Sea resort of Sochi, Russia, Tuesday, Oct. 22, 2019. Erdogan says Turkey and Russia have reached a deal in wh
Russian President Vladimir Putin, right, and Turkish President Recep Tayyip Erdogan shake hands during a joint news conference after their talks in the Bocharov Ruchei residence in the Black Sea resort of Sochi, Russia, Tuesday, Oct. 22, 2019. Erdogan says Turkey and Russia have reached a deal in which Syrian Kurdish fighters will move 30 kilometers (18 miles) away from a border area in northeast Syria within 150 hours.( Presidential Press Service via AP,
미국의 철군을 틈타 취해진 터키군의 시리아 북부 쿠르드족 거점 공격은 온갖 부작용을 부르고 있다. 터키 공격으로 수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했고, 16만5000여명이 집을 떠나 피난길에 올랐다. 또 쿠르드 무장세력의 수용시설에 갇혀있던 진짜 테러리스트 이슬람국가(IS) 추종세력들도 탈출했다. 시리아 침공을 통해 터키 북부를 장악하고, 터키와 시리아 국경지대에 '안전지역'을 확보한다는 에르도안의 의도는 그러나 DSF가 아사드 정권과 협정을 맺으면서 꼬이고 있다. 사실상 DSF의 무조건 항복인 새 협정으로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시리아 정부군이 수년만에 처음으로 다시 북동부 국경 지대에 진입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당초 반 아사드 진영에 섰던 터키는 이제 아사드와 협력하는 관계가 되고 있다. 필라델피아 외교정책연구소(FPRI)의 중동 프로그램 책임자 애런 스테인은 "에르도안은 PKK냐 아사드냐 가운데 아사드를 택했다"면서 "시리아는 이제 러시아, 터키, 이란이 활보하는 무대가 됐다"고 비판했다.
스페인은 이어 에르도안은 이와함께 쿠르드 무장세력과 미국의 동맹을 깬다는 목표까지 일궈냈다고 덧붙였다.

한편, 역내 세력 구도가 빠르게 바뀌면서 일부 미 상원의원들을 포함해 트럼프의 철군 결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들은 트럼프의 갑작스런 철군 결정으로 트럼프 행정부는 지역 동맹을 버릴 수 있다는 위험한 선례를 남겼을 뿐만 아니라 시리아에서 아사드 정권과 아사드를 지원하는 러시아, 이란에 전략적 승리를 안겨줬다고 지적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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