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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 한 명이 바꾼 휴스턴-다저스의 운명 [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성일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23 18:57

수정 2019.10.23 18:57

다저스, 2017년 9월 트레이드서
고액연봉 ‘저스틴 벌랜더’ 대신
손실 따지다 ‘다르빗슈 유’ 선택
벌랜더 품은 휴스턴, 그해 WS 우승
‘어게인 2017’ 올 WS 2차전 선발
투수 한 명이 바꾼 휴스턴-다저스의 운명 [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월드시리즈 2차전에 선발 등판할 휴스턴 애스트로스 저스틴 벌랜더. AP 뉴시스
월드시리즈 2차전에 선발 등판할 휴스턴 애스트로스 저스틴 벌랜더. AP 뉴시스
휴스턴 제프 루노 단장은 다저스의 처분만 기다리고 있었다. 열쇠는 다저스가 쥐고 있었다. 다저스가 먼저 카드를 긁고 나면 휴스턴이 뒤처리를 하는 수순이었다. 2017년 9월 1일(이하 한국시간) 트레이드 마감시한을 앞둔 시점.

저스틴 벌랜더(당시 34· 디트로이트)와 다르빗슈 유(당시 31· 텍사스) 걸출한 두 투수가 시장에 나와 있었다. 벌랜더를 영입하려면 팀 내 유망주들 여럿을 포기해야 했다. 연봉도 2년 5600만 달러(약 670억 원)나 됐다.


다르빗슈는 FA(자유계약선수)를 6개월 남겨 논 시점이어서 홀가분했다. 다저스는 사치세에 시달려온 팀이다. 상대적으로 값싸고 유망주 손실도 적은 다르빗슈의 손을 잡았다. 벌랜더는 휴스턴 품에 안겼다. 이 소식을 들은 카를로스 코레아(휴스턴)는 손에 든 TV 리모컨을 팽개치며 소리를 질렀다. 너무나 기쁜 나머지.

결과는 어땠을까. 휴스턴은 그해 창단 첫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벌랜더는 9월 5경기에 나와 모두 승을 챙겼다. 포스트시즌의 활약은 더 뛰어났다. 뉴욕 양키스와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ALCS) 2차전서 9이닝 1실점 완투승을 거두었다. 벌랜더는 ALCS MVP에 선정됐다.

다르빗슈는 4승 3패를 기록했다.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포스트시즌. 어차피 다저스가 다르빗슈를 영입한 이유는 가을 야구 때문이었다. 하필 다저스와 휴스턴이 월드시리즈서 맞붙었다.

다르빗슈는 두 경기에 나와 고작 3⅓이닝을 던졌다. 충격적인 8실점. 두 번 모두 패전투수로 남았다. 다저스가 벌랜더를 택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메이저리그 역사는 바뀌었을 것이다.

휴스턴은 찢어지게 가난했다. 벌랜더를 영입하기 전 휴스턴의 선수단 전체 연봉은 4400만 달러에 불과했다. 휴스턴의 이력에는 치욕적인 흑역사가 있다. 2011년부터 3년간 휴스턴은 매년 100패 이상을 기록했다.

2011년 106번의 패전을 맞보았던 휴스턴은 이듬해 패전수를 하나 더 늘렸다. 81번의 원정경기서 고작 20차례 이겼다. 더 이상 나빠지진 않겠지. 이듬해 바닥 밑에서 또 다른 지하실을 확인했다. 2013년 휴스턴은 내셔널리그서 아메리칸리그로 옮겼다. 그해 111번이나 패했다. 구단 역사상 최악의 시즌이었다.

휴스턴은 2012년과 2013년 연속 최하 연봉 지급 구단이었다. 2013년 휴스턴의 선수단 연봉총액은 3556만 달러(스포트랙 제공). 다른 구단 최고 몸값 선수 한 명과 비슷했다. 이 해 메이저리그 팀 평균 연봉은 1억 1085만 달러.

휴스턴은 2017년 101승을 올렸다. 시즌 100패를 밥 먹듯 하던 팀이 맞나 싶었다. 포스트시즌서는 보스턴, 뉴욕 양키스, LA 다저스를 차례로 꺾었다. 팀 연봉 상위 1~3위 팀이다.

휴스턴은 그해 가을 카퍼레이드를 벌였다. 휴스턴 교육청은 휴교령을 내려 교사와 학생들이 퍼레이드를 지켜 볼 수 있게 했다. 다저스는 올 해도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지 못했다.
휴스턴은 2017년에 이어 3년 만에 또 다른 우승을 노린다. 1차전서는 워싱턴에 패했다.
24일 2차전에는 벌랜더가 선발로 나선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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