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

이철희 "당 무기력증 책임 상당부분 이해찬 대표에 있다"

심형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26 04:03

수정 2019.10.26 04:03

조국 후폭풍 따른 '정풍운동' 거세지는 양상, "당 이렇게 가면 의원직도 버릴 각오"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간사로 선임된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간사로 선임된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6일 "당이 이렇게 무기력하고, 활력이 없는 책임의 상당 부분이 이해찬 당대표에게 있다"며 작심 비판을 했다.

이 의원은 "특히 조국 정국을 거치면서 가장 답답했던 것은 당이 대통령 뒤에 숨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당이 대통령 뒤에 숨은 것이)너무 비겁하다. 문재인 대통령이나 우리 당이 선거 때 '민주당 정부'라고 말하지 않았나"라며 "그런데 지금 과연 당이 그렇게 자부할 만큼 제 역할을 하고 있느냐"고 했다.


당내 손꼽히는 전략통이자 소신파 의원으로 불려온 이 의원은 이날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등 진보 매체와 잇따라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이 대표에게 직격탄을 날리며 현재의 상황에서 해법은 인물 교체와 쇄신뿐이라는 뜻도 강조했다.

이 의원의 발언은 조국 사태 이후 집권 여당 의원 입에서 처음 나온 이해찬 대표 책임론이자 사실상 퇴진 요구라는 점에서 향후 거센 파장을 예고 중이다.

그는 조국 장관 사퇴 직후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며 당에선 처음으로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데 이어 이번에는 다시 당 대표 책임론을 처음 제기하며 여권의 전면적인 국정 쇄신 요구의 신호탄을 쐈다는 평가다.

이 의원의 불출마 선언 이후 초선인 표창원 의원도 불출마 대열에 합류했고 조응천, 김해영 의원 등 또다른 초선들도 당청의 쇄신과 민주세력 자성론에 합류하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사실상 집권 여당이 조국 사태 후폭풍에 따른 정풍운동으로 불길이 거세게 번지는 양상이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비공개로 열린 의원총회에 입장하고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비공개로 열린 의원총회에 입장하고 있다.

이 의원은 이해찬 대표에 대한 작심 비판을 거듭 이어가며 "우리 당대표가 워낙 경험이 많은 분이어서 안정감은 있지만, 역동성은 떨어진다"며 "선출된 사람이니 어떻게 하자는 말은 못 드리지만, 국민과 같이 가는 정당이라면 보완하는 노력은 해야 하는데, 그런 노력이 지금 거의 없다"고 탄식했다.

그는 현재 당 지도부의 총선 대응 방향 및 향후 선거에 대해서도 혁신이 없다면 승리가 어렵다며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이철희 의원은 "오히려 총선을 여러 번 치르면서 '내가 해봐서 안다'는 함정에 빠져 있는 것 같다"며 "(이는) 매우 난센스이고 대단한 착각이 될 것이다. 그런 내색을 하면 할수록 국민은 매서운 회초리를 들 것"이라고 했다.

조국 사태 뒤 지도부에서 변변한 책임론이 나오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조국 임명에 동의하든 안 하든, 상황이 이 지경까지 갔다면, '당대표로서 이만저만해서 내가 책임질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심기일전해서 이렇게 가겠다. 한번 더 지켜봐달라'고 얘기해야 한다"며 "젊은층이 이 사회가 과연 공정하냐고 묻게 된 책임은 이 당과 정부에 있다. 거기에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응답해야 하는데, 당은 지금 조국 뒤에서 마치 조국 하나가 잘못해서 그런 것처럼, 그것만 치우면 다 끝난 것처럼 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향후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도 이 대표 책임론과 연계해 "당대표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당이 계속 이렇게 가면, 별거 아니지만 당직을 던지려고 한다. 더 심하면 의원직도 버릴 각오"라고 밝혔다. 이 대표 퇴진 요구에 당직은 물론 의원직까지 걸겠다는 것으로 사실상 정풍운동의 도화선을 자처한 셈이다.

현재 민주당 내부 분위기에 대해서도 "사실 당 내부에는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며 "의원들이 공개 발언을 자제하는 것은 열린우리당 시절의 아픈 기억 때문에 내부 분열로 가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인데 지도부는 너무 안이하고 한가하다"고 개탄했다.

이 의원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선 향후 정치 개혁을 위한 공천 해법에 대해 "선거제도 바꾸고 개헌도 하고. 시작은 젊은 사람들이 들어오는 거다. 20~30대가 스무 명만 민주당에 들어오면 달라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당에서도 따라올 테고, 그렇게 20~30대 의원이 서른 명만 되면 국회가 역동적, 미래지향적으로 간다"며 "'386세대'는 사회적으로 장기집권했다. 20~30대가 사회적 룰을 짜는 국회에 들어와 세대의 이해관계를 대변할 때 '386' 위주의 기득권 구조 깰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물갈이를 넘어 판갈이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이철희 의원은 청와대에 대해서도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대입 정시모집 확대'를 언급하며 교육부와 정책 혼선을 빚고 있는데 대해 "청와대 참모들의 스크린 기능이 작동되지 않은 거다.
이렇게 보좌하면 안된다"먀 "시정연설에서 '합법적 불공정'이라는 표현도 나왔는데, 대통령 입장은 이해하지만 받아들이는 시민의 관점에선 표현이 적절치 않다고 볼 수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cerju@fnnews.com 심형준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