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디플레이션 위기, 해답은 도시에 있다

세계경제에 R과 D의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우리 경제 또한 경기부진이 장기화되면서 1965년 통계 집계 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물가를 기록, '잃어버린 20년'을 겪은 일본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다. 미·중 무역분쟁과 한·일 경제전쟁 등 대외악재와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로 인해 국내 유효수요가 급격히 위축될 조짐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교수는 우리에게 재정확대를 통한 즉각적 경기부양 정책을 권고했다. 다행히 정부는 2020년 SOC예산을 22조3000억원으로 3년 만에 20조원대로 확장 편성했다. 하지만 아직도 총 예산 대비 비중은 지난 10년 평균인 6.0%에 못 미친다. 건설산업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건설투자 지표가 금융위기 이후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을 어떻게 극복했을까. 20년 디플레이션을 탈출할 수 있었던 계기를 2002년 '도시재생특별법'을 필두로 한 '아베노믹스'의 대표적 내수활성화 대책인 '도쿄 大改造 프로젝트' 추진에서 찾을 수 있다. 2012년 아베 신조 총리는 도쿄와 수도권 일대를 전략특구로 지정하고 미쓰이, 모리와 같은 민간 플레이어들이 도시재생을 주도할 수 있도록 과감한 규제완화를 지원했다. 도시재생으로 부동산 자산가격이 상승하고, 새로운 상권 확대로 돈이 돌기 시작했고, 이는 소비로 연결됐다. 이른바 자산효과가 생긴 것이다. 도쿄 일대의 건설산업은 국내총생산(GDP) 성장을 견인하면서 장기 디플레이션과 대외악재를 극복하는 핵심 역할을 했다.

우리도 2013년 '도시재생 활성화 특별법' 제정을 시작으로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1호 공약인 '도시재생 뉴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현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서민 주거안정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시장 과열을 초래하지 않는 지역을 대상으로 추진하다 보니 본연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190여건의 사업 중에 민간자본을 유치한 사업지가 한 곳도 없어 '뉴딜'이란 단어가 무색하다.

'도시재생 뉴딜' 사업이 성공하려면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 현재 일률적인 사업지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을 서울과 지방, 서울 강남 3구와 나머지 지역으로 구분해야 한다. 용산국제업무지구와 같이 대규모 복합개발 사업은 일본의 모리와 같은 민간 플레이어에게 도심관리 형태로 맡겨 민간이 뛸 수 있게 해야 한다. '도쿄 大改造 프로젝트'처럼 서울시나 중앙정부는 특별지구를 지정하고 민간 플레이어들이 뛸 수 있게 규제완화를 지원해야 한다. 서울은 뉴욕, 도쿄, 홍콩 등 글로벌 대도시에 비해 도심 밀도가 낮다. 유휴지 등을 찾아 헤맬 것이 아니라 도심의 용적률을 높여야 한다. 용적률을 높이지 못하는 지역은 임대주택이나 소셜믹스 형태의 혼합주택으로 다양한 계층이 모여 살도록 해야 한다.

서울 이외의 도시도 사람을 유인하고 집중화할 수 있도록 적극 인프라 시설을 지원해야 한다. 저소득층이 도시에서 밀려나지 않도록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도로 등의 기반시설 외에도 공원, 도서관, 체육시설 등 생활형 SOC시설 확충에 힘써야 한다.

에드워드 글레이저 교수는 '진정한 도시의 힘은 사람으로부터 나온다'고 했다.
도심 기능 자체가 떨어진 곳에는 인프라 투자를 하고 민간이 아이디어를 내서 개발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 도심의 기능을 되살려야 다양한 사람이 모이고, 도시의 소비력을 유지할 수 있다. 이제라도 도시경쟁력 강화를 위한 진정한 도시재생 뉴딜로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된다.

정병윤 대한건설협회 상근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