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대기업도 중기도…주52시간 등 '불확실성 노이로제'

최갑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28 17:47

수정 2019.10.28 17:57

무역분쟁 약화 등 대외호재에도
기업들 체감경기 여전히 냉랭
BSI 전망 18개월 연속 '부정적'
"당장 300인 미만 기업들의 근로시간 단축 시행이 코앞인데 국회는 보완 입법에 손 놓고, 정부는 하늘만 바라보고 있다. 기업들이 만성적인 불안감에 시달리는데 강 건너 불구경만 하는 것 같다."(경제단체 고위 관계자)

미·중 무역협상 진전 등 대외 경영리스크가 완화되는 가운데도 국내 기업들의 체감경기는 되레 악화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현상은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공통적으로 확산되고 있어 우리 기업들이 만성적 경기불안감에 빠져들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기업 체감경기 악화는 대내적 요인이 큰 만큼 주52시간 근로시간 단축 보완,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선 등 노동·규제분야에서 실질적인 '기업 기살리기' 정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을 내놨다.

■대외리스크 줄어도 기업 전망 악화

28일 민간 연구기관들과 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의 수출규제 등 올 하반기 기업들을 긴장시켰던 대외 경영리스크들이 호전되고 있지만 기업들의 심리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실제로 한국경제연구원이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 11월 전망치를 보면 10월(97.2)보다 하락한 92.7을 기록했다. 이로써 한경연 BSI 전망치는 18개월 연속 기준선 이하를 기록했다. BSI가 100 미만이면 다음 달 경기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뜻이다.

지난 8월(80.7)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이후 2개월 연속 회복하던 한경연의 BSI 전망치가 다시 하락한 건 향후 경기에 대한 기업들의 부정적 인식이 확대된 것으로 분석됐다.

김윤경 한경연 기업연구실장은 "미·중 무역협상이 진전되고 있음에도 수출 전망치가 지난달보다 하락한 것을 주목해야 한다"며 "대외요인은 호재가 많아 전망치가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뜻밖"이라고 전했다.

살아나던 기업 체감경기가 고꾸라진 건 중소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중소기업중앙회가 315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11월 중소기업경기전망지수(SBHI)는 83.8로 전달보다 2.5포인트 하락했다. SBHI는 지난 8월 79로 올 들어 최저치를 기록한 뒤 10월까지 2개월 연속 상승했지만 11월 전망은 다시 꺾였다.

■기업 체질 약화…기살리기 정책 시급

전문가들은 대외리스크 개선에도 국내적 경영불안 요소들의 영향력이 커 위축된 기업 심리를 반등시키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영업실적을 반영한 한경연의 10월 BSI 실적치는 90.4로 4개월 연속 상승했는데도 11월 전망치는 하락한 것이다. 김 실장은 "11월 전망치는 최근 실적악화 등 기업경쟁력의 근본적인 후퇴와 미래에 대한 불안이 많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며 "특히 기대했던 수출은 미·중 무역전쟁이나 일본 수출제재의 요인들이 약화됐음에도 내재적 요인이 기업의 경기심리를 반전시키지 못한 셈"이라고 말했다.


장기침체에 빠진 기업 심리를 회복시키려면 친기업정책을 고강도로 추진하는 게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고위 관계자는 "금리인하 등 통화정책만으로는 기업 심리를 되살리기는 역부족"이라며 "기업환경 개선이나 경쟁력을 강화하는 수출이나 투자 활성화 정책들이 필요한데 찾아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당장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나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선, 법인세 인하 등의 강력한 노동·규제 개혁정책들이 나와야 한다"고 했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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