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낸셜뉴스] 국내 연구진이 호주 연구진과 국제 협업을 통해 최초의 현생 인류가 20만년 전 아프리카 남부지역인 보츠와나 북부에서 출현해 13만년 전 기후변화로 인해 첫 이주를 시작했음을 밝혀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연구단 악셀 팀머만 단장(부산대 석학교수) 연구팀은 남아프리카에 사는 후손들의 DNA를 추적해 현생인류의 정확한 발상지와 이주 원인을 규명했다고 29일 밝혔다. 이와함께 IBS 연구진은 슈퍼컴퓨터 '알레프(ALEPH)'를 이용해 인류 최초의 이주가 지구 자전축 변동으로 인한 아프리카 지역 기후변화 때문이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호주 연구진은 인류의 가장 오래된 유전학적 가지인 L0 혈통의 후손 198명을 새로 찾아내, 기존 1019개 표본으로 작성된 L0의 하위 계통 출현 연대표를 다시 작성했다. 새 연대표에는 이전에 밝혀지지 않았던 희귀 하위 계통이 추가됐다.
또 IBS 연구진은 해양 퇴적물 등 고(古)기후 자료와 기후 컴퓨터 모델 분석으로, 약 2만1000년을 주기로 지구 자전축의 느린 흔들림이 남반구의 여름 일사량을 변화시켰고, 이로 인해 남아프리카 전역의 강우량이 주기적으로 변화했음을 밝혔다. 지구의 자전축은 아주 조금씩 기울기가 변해 21.5도에서 24.5도 사이를 오가고 있다. 남반구의 여름 일사량 변화로 남아프리카 전역에 걸쳐 강우량이 주기적으로 변화했다. 기후변화로 인해 약 13만년 전 북동쪽으로, 11만년 전 남서쪽으로 녹지가 형성됐고, 이는 이주 시점 및 경로에 관한 유전학적 증거들과 일치한다. 이는 인류 첫 이주에 대한 최초의 증거로 유전학적 증거와 기후물리학을 결합해 초기 인류 역사를 다시 썼다는 의의가 있다.
연구를 이끈 악셀 팀머만 단장은 "호주의 유전학자들이 유전자를 채취해 분석하고, IBS의 기후물리학자들이 고기후를 재구성해 인류 첫 이주에 대한 최초의 증거를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팀머만 단장은 또 "우리의 연구는 인류의 진화와 유전적 다양성, 문화적.민족적 정체성의 발달에 있어 과거 기후변화가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시사한다"고 연구성과의 의미를 설명했다.
연구진은 향후 L0 외 다른 혈통의 이주경로도 추적해 인류 조상들이 어떻게 전 세계로 퍼져나갔는지, 기후변화와는 어떤 관련이 있는지 초기 인류 역사의 수수께끼를 계속해서 풀어나갈 계획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이번 연구 성과가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 '네이처' 온라인 판에 29일(한국시간) 게재됐다고 밝혔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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