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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테마주에 묶여 빛바랜 ‘화천기계’

최두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31 17:44

수정 2019.10.31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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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테마주에 묶여 빛바랜 ‘화천기계’
"더블유에프엠은 거래정지라도 됐지, 화천기계는 말 그대로 '묻지마 투자'의 온상이 됐다."

이번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를 겪으면서 증시에서는 관련주들의 주가가 급등락했다. 그중에서도 화천기계는 '조국 테마주'의 대장주로 불렸다. 감사가 조 전 장관과 미국 버클리대 법대 동문이라는 이유였다. 사업적 연관성은 무관하다. 투자자들도 조 전 장관에 의한 수혜를 기대하지 않았다.
그저 테마주 특성에 기댄 '불나방 투자'에 불과했다.

조 전 장관이 내정자로 거론되면서 8월 30일 3265원이던 화천기계 주가는 9월 5일 장중 7220원까지 치솟았다. 단 4거래일 만에 2배로 뛰어오른 셈이다. 이후 주가는 내리막길을 걸었고, 급기야 10월 14일 조 전 장관의 사임과 함께 가격제한폭까지 추락, 3000원대 초반으로 내려왔다.

화천기계는 두산인프라코어, 현대위아에 이은 국내 공장기계 3위 업체로 주목받았으나 시장에서 잊혀가던 종목이다. 2014년 9월 이후 흔한 증권사 분석보고서 하나 나오지 않는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거래됐지만 주당 2000~3000원 수준으로 시가총액은 1000억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안타까운 점은 화천기계 본연의 기업가치가 퇴색하고 단기차익을 노리는 일부 투자자의 표적이 됐다는 점이다. 이 회사의 영업이익은 지난 1·4분기 실적쇼크 후 2·4분기 별도기준 377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테마주 전락에 대한 주주들의 안타까움이 더해지는 이유다.


일부 주주들은 "조국 사태가 일단락되면 주가가 회복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이기도 했지만 대다수 주주 사이에서는 "사실상 정치 테마주로 묶여 온전한 가치 회복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주장이 지배적이다.

조 전 장관은 물러났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저가매수하겠다는 투자자들도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총선, 나아가 대선까지 테마매수가 이어질 경우 주가 급등락에 따른 주주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면서 "회사 차원에서 적극적 기업설명회(IR)를 통한 성장 모멘텀을 제시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dschoi@fnnews.com 최두선 증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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