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노후 SOC 안전, ‘골든액션’ 필요한 때

"붕괴의 핵심 원인은 유지보수 및 관리 부실."

지난해 8월 43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탈리아 모란디 교량 붕괴사고에 대해 합동조사단이 발표한 보고서의 일부다. 조사단은 교량을 지지하는 케이블이 장기간 부식상태였지만 보수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모란디 참사는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인재(人災)였다는 점에서 큰 아쉬움과 시사점을 남겼다. 21세기 우리는 최첨단 시대를 살고 있지만, 도로 관련 대형 사고는 이어지고 있다. 2007년 미국에서는 미네소타 교량이 붕괴됐고, 2012년 일본에서는 사사고 터널의 천장 일부가 무너지는 사고가 있었다. 그런데 앞서 말한 세 사건은 크게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하나는 건설된 지 30년이 넘은 시점에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사고원인이 유지관리 소홀이라는 점이다.

통상 30년 이상 사용된 SOC를 노후시설로 간주하는데 미국, 일본 등은 급속한 사회간접자본(SOC) 노후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미국은 1980년대부터 시작된 노후화 문제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그 결과 인프라를 적정 수준으로 개선하려면 앞으로 10년간 약 2조달러의 추가 예산이 필요하고, 투자가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2025년까지 3조9000억달러의 국내총생산 감소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고령화되는 SOC에 대한 예방적 유지관리 시기를 놓쳐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상황이 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사고를 계기로 이듬해 시설물관리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했다. 이에 따라 교량을 비롯한 주요 시설물에 대해 반기별로 정기점검을, 4~6년마다 정밀진단을 실시하며 세밀하게 관리하고 있다.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도로상 관리 중인 교량은 총 3만4000여개에 이른다. 이 중 노후교량 비율은 11.9%로 아직까지는 높은 수준이 아니지만 5년 후에는 21%, 10년 후에는 37%에 달해 우리나라도 본격적인 교량 노후화 시대에 접어든다.

이제는 노후화로 인한 문제가 생긴 이후에 수리하는 사후관리체계에서 벗어나 예방적 관리체계를 도입해야 한다. 교량 상태에 따라 맞춤형 유지관리 보수를 적기에 시행, 안전성을 높이고 비용은 낮춰야 한다. 이 같은 예방적 관리체계를 구축하려면 교량의 현재 상태를 점검·진단하는 수준을 넘어 안전성, 내구성 및 사용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성능평가가 우선돼야 한다. 사람에 비유하면 CT나 MRI 등의 정밀검사 결과는 물론 질병 예방을 위한 맞춤형 정보가 총망라된 '고품격 의료정보'가 필요한 것이다.

정부는 성능평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난해부터 성능평가를 의무화했다. 내년도 예산안에 성능평가에 필요한 예산 630여억원도 반영했다. 앞으로 매뉴얼을 더 정교하게 다듬고 결과 활용의 폭을 더욱 넓히는 데 많은 기여를 할 것이다.

우리는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고 혹시 모를 질병에 대비해 보험도 든다.
노후교량 대처방안 역시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 어느 한순간 또는 단기간의 노력으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만큼 꾸준한 관리를 통해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예산을 반영하고 집행해야 한다. 노후교량 안전관리의 골든타임을 놓치기 전에 골든액션을 행동으로 옮겨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사회적 비용을 줄여가길 기대해본다.

김경욱 국토교통부 2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