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아세안, 각축 아닌 협력의 장 되어야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03 16:43

수정 2019.11.03 16:43

[특별기고] 아세안, 각축 아닌 협력의 장 되어야

우리 외교에 있어 올해 11월은 가히 '아세안의 달'이라 할 만하다. 11월 말에는 부산에서 아세안 10개국 정상과 우리 대통령이 함께하는 한·아세안 대화관계 수립 3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정상회의가 개최된다. 또한 11월 초에는 올해 아세안 의장국인 태국 방콕에서 아세안 플러스 3(APT) 및 동아시아정상회의(EAS)가 개최된다.

국제정치학 이론에 따르면 국제적 조직이나 체제도 계속 진화하고 발전한다고 한다. 이런 가설이 틀리지 않았음을 아세안의 확대 과정이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1967년 동남아시아 5개국이 출범시킨 아세안은 냉전이 종료되면서 더욱 빛을 발했다 할 수 있다.
1990년대에 접어들어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 등 사회주의권 국가를 회원국으로 품으면서 아세안은 명실상부한 동남아시아의 지역기구로 등장했다.

이후 아세안의 외연은 더욱 확장된다. 아세안은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동남아와 동북아의 금융시스템이 사실상 연결돼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한·중·일과 함께 아세안 플러스 3 정상회의를 출범시켰고 또 이를 바탕으로 2000년에는 동아시아의 통화안정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는 '치앙마이 이니셔티브'를 발족했다.

아세안의 성장은 동북아와 연계를 강화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2005년에는 아세안 플러스 3 외에 인도, 호주, 뉴질랜드가 참여하는 동아시아정상회의가 출범했다. 이에 더해 2011년에는 대서양 국가로 출발해서 점차 태평양 국가로 변신해온 미국, 우랄산맥의 동과 서를 함께 바라보는 쌍두독수리를 국가의 상징으로 하는 러시아도 가입했다. 이로써 동아시아 정상회의는 이 지역 주요국의 모든 정상들이 참여하는 최고의 전략적 포럼이 됐다. 동남아시아 5개국이 씨앗이 되어 동아시아 역내 주요 행위자인 18개 나라가 참여하는 동아시아정상회의가 탄생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아세안 정상들은 지난 6월 인도·태평양 지역이 각축이 아닌 협력의 공간이 돼야 한다는 취지에서 '아세안의 인도·태평양에 대한 관점(AOIP)'을 채택하고 개방성, 투명성, 포용성, 아세안 중심성, 국제법 존중 등의 원칙을 천명했다. 더 구체적으로는 해양협력, 연계성,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경제협력을 지역 차원의 4대 우선협력 분야로 지정했다. 국제질서 변혁기에 다시 한번 아세안이 역내 질서의 키워드를 제시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처럼 아세안이 중심이 돼 출범한 아세안 플러스 3 및 동아시아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태국을 방문한다. 우리로서는 무엇보다도 정상 차원에서 '아세안의 인도·태평양에 대한 관점'을 환영하며, 사람 중심의 평화와 번영의 공동체를 지향하는 신남방정책과의 공통분모를 확인하는 소중한 계기가 될 것이다.

오늘날 아세안을 둘러싸고 다양한 지역구상이 제시되고 있다.
그만큼 아세안의 전략적 중요성과 상대적 가치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신남방정책은 상호배타적 경쟁보다는 다양한 지역 구상과의 조화와 협력을 추구한다.
11월 초 아세안 플러스 3, 동아시아 정상회의, 그리고 11월 말의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같은 연쇄적 외교일정을 통해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한국의 노력이 부각되고, 신남방정책이 궁극적으로 역내 다자협력체제 발전에도 기여하는 이정표로 기록되기를 기대해본다.

임성남 주아세안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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