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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움직임으로도 전기 생산… 원자력연구원서 '플렉시블 압전소자' 개발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06 09:53

수정 2019.11.06 09:53

질화붕소 분말을 올려놓은 플라스틱 기판을 구부렸을 때 전기가 발생하고 있다. 원자력연구원 제공
질화붕소 분말을 올려놓은 플라스틱 기판을 구부렸을 때 전기가 발생하고 있다. 원자력연구원 제공


[파이낸셜뉴스] 국내 연구진이 질화붕소(h-BN)를 활용해 작은 움직임만으로도 전기가 발생하는 것을 최초로 측정하는데 성공했다. 이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다양한 스마트 센서의 영구적 전력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이경자 박사와 경북대학교 박귀일 교수의 공동연구팀은 이차원 육방정계 질화붕소에 압력을 가해 만들어지는 전기량을 최초로 측정하는데 성공했다고 6일 밝혔다. 연구팀은 이를 응용해 스마트 센서 개발 등에 활용될 수 있는 '플렉시블 압전소자'를 개발했다.


플렉시블 압전소자는 미세한 힘만으로도 전기를 생산할 수 있어 충전 없이 플렉시블 또는 웨어러블 전자기기를 언제 어디서나 사용 가능할 수 있게 하는 차세대 에너지 소자로 각광받고 있다. 또한 심장박동, 혈액흐름, 근육 수축·이완 등 사람 몸에서 발생하는 생체 역학적 힘을 통해 신체에 부착하는 스마트 센서의 영구 에너지원으로도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도 전망된다.

공동연구팀은 실험을 위해 나노미터 두께의 얇은 h-BN을 분말형태의 나노플레이크로 제작했다. 이후 플라스틱 판에 h-BN 분말을 올려놓고 플라스틱판을 구부렸을 때 나오는 전압 신호를 측정해 '압전상수'를 계산해냈다. 압전상수를 실험적으로 측정 및 보고한 것은 이번이 최초로, 측정값을 활용해 h-BN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신소재를 개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붕소(B)와 질소(N)가 육각형 벌집 모양으로 결합한 질화붕소는 중심대칭이 깨져있어 이로 인해 압력을 가하면 전기가 발생하는 압전성을 갖는다. h-BN은 압전성을 비롯해 우수한 전기절연성, 화학적 안정성, 방열성 및 방사선 차폐능을 가지고 있어 고온 및 방사능을 버텨야 하는 원전 및 우주항공 소재에 널리 사용될 수 있다.

h-BN이 압전성을 가진다는 사실은 그동안은 이론적으로만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공동연구진은 실험을 통해 h-BN의 압전성을 규명하고 압전상수를 측정하는데 성공하면서 h-BN 연구에 상당한 진전을 이뤄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력안전연구소 박진호 소장은 "h-BN은 압전성을 비롯해 우수한 방열성 및 방사선 차폐능 등의 성질로 인해 응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며 "앞으로도 연구원은 h-BN을 고온 방사선 극한환경용 스마트 센서 및 무선센서 네트워크 구현을 위한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 개발 등에 활용하기 위한 연구를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복합 자연과학 분야에서 전 세계적으로 저명한 학술지인 'ACS 응용 재료 및 인터페이스' 최신호에 게재돼 학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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