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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 의장 "연말까지 강제징용 관련 입법 처리해야"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06 16:21

수정 2019.11.06 16:21

일본 측의 방일 초청, 이솝우화의 '여우와 두루미'에 빗대  
한일정상회담 통해 
지소미아-수출규제 일괄복원
강제징용 해법 입법 
문재인-아베 선언 촉구

 
문희상 국회의장이 6일 일본 됴쿄 제국호텔에서 동경한국학교 관계자들과 만나 면담하고 있다. 국회 제공
문희상 국회의장이 6일 일본 됴쿄 제국호텔에서 동경한국학교 관계자들과 만나 면담하고 있다. 국회 제공
【도쿄=조은효 특파원】일본을 방문 중인 문희상 국회의장이 6일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통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과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의 일괄 복원하고,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입법적 해결과 김대중·오부치 선언(1998년)까지 재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전날 강제징용 문제의 해법으로 제시한 이른바 문희상 안(案)을 포함한 한국 국회차원의 관련 입법을 올 연말까지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제징용 배상판결의 원고측(피해자)이 피고측인 일본기업의 한국 내 자산을 현금화하기 전,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 의장은 이날 오전 도쿄의 한 호텔에서 열린 특파원단과의 간담회에서 과거 한·일 관계의 이정표로 기록된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잇는 '문재인·아베 선언'을 촉구하며, "올해 안에 한국에서 징용 문제 해결을 위한 법률이 입법되고, 두 정상이 정상회담에 대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문 의장은 전날 도쿄 와세다대에서 특별강연을 통해 강제징용 배상 판결의 해법으로 '기금 설립'을 제안했다. 기금의 참여 주체는 한·일 양국의 정부·기업·국민 3자다.

기업과 국민은 '자발적' 참여라는 게 전제다. 전날 발표로는 다소 불분명했던 부분이 화해치유재단에 남은 60억원(일본 정부 재정)을 새 기금에 포함시키고, 이에 대한 매칭성격으로 기금을 운용하는 재단에 한국 정부가 예산을 출연할 수 있도록 한 부분인데, 이에 대해 문 의장은 두 개의 장치는 양국 기업의 참여를 독려시키기 위한 것으로, 사실상 이번 제안이 '3(한국 정부·한국기업·한국국민)+3(일본정부·일본기업·일본 국민)'의 포괄적 참여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문 의장은 "자발적이라는 것이 제안의 특징"이라며 "양국 기업과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서 과거사 문제를 망라하는 기금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가 참여하는 화해·치유 재단에서 남은 60억원과 한국 정부의 재단 운영 경비를 기금에 넣는 방식으로 양국 정부가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발적으로 일본 기업들이 기금에 참여하는 것인 데다 일본이 주장하는 '한국 내에서의 해결'에도 해당하니 일본 정부가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당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각출한 일본 정부 예산을 강제징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금에 다시 집어넣는 방안에 대해선 양국간 상당한 논의가 필요한 대목이다. 또 국내적으로도 강제징용 재판의 원고 측이일본 기업의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고 있어, 설득 과정이 필요하다. 문 의장은 "중요한 것은 제안을 했다는 것 자체다. 토론과 논란이 있을 것"이라며 "100% 환영 못할 안이라더라도 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찾자는 의미에서 제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의장은 이번 3박4일간의 방일에 임했던 심정을 이솝우화에 나오는 '여우와 두루미'에 빗댔다.

그는 "여우가 두루미의 초청을 받고 갔는데 긴 호리병에 물고기를 넣어놓으면 여우 입장에서는 먹을 것이 없다"며 "어련히 못먹을 것을 알면서도 나를 초청한 의사를 존중하고 와세다대와 강연을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방일을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일본 측이 중·참의원 면담을 비롯 일본 정계와의 공식 면담에 응하지 않으면서, 주요20개국(G20)국회의장회의에 초청장을 보낸 상황을 이같이 묘사한 것이다.

문 의장은 공식 카운터파트너인 중·참의원 의장은 만나지 못했으나, 가와무라 다케오 일·한 의원연맹 간사장, 자민당의 2인자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 고노 요헤이 전 관방장관 등 10여명의 정계·학계·언론계와 접촉했다. 이를 통해 확인한 일본의 분위기는 한 마디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고 표현했다. "한일 관계를 풀어야 한다는 당위성에는 반대하지 않는 분위기이지만 아직 냉랭한 기운이 느껴졌다"는 설명이다.

일본 정부는 일단, 문 의장의 제안에 대한 반응을 자제하고 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열린 정례기자회견에서 전날 문 의장이 내놓은 징용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해 "한국의 국회에서 모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타국 입법부의 논의에 관해 정부로서 논평하는 것은 삼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런 태도는 지난 6월 한국 정부가 한국과 일본 양국 기업의 출연금으로 재원을 조성해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는 방안(1+1안)을 제안했을 때 즉각 거부 의사를 표명했던 것과 대비된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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