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반환점]

유치원 공공성은↑…'오락가락' 행보는 '원성'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교육관계 장관회의에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을 비롯한 참석자들과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9.10.25/뉴스1


자율형사립고 학부모들이 지난 7일 오후 서울 중구 이화여고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자사고 교장연합회 기자회견에서 교육부의 자사고·외고·국제고 일반고 전환을 골자로 한 고교서열화 해소 및 일반고 역량강화 방안을 규탄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뉴스1DB)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이진호 기자 = 임기 반환점을 하루 앞둔 8일 문재인 정부의 교육분야 정책은 명(明)과 암(暗)이 엇갈린다.

유치원 공공성 강화, 고교 무상교육 실현은 호평받았지만 고교 체제 개편, 국가교육위원회 설립 난항을 비롯해 오락가락한 행보는 국민들의 원성을 샀다.

8일 교육계에 따르면 정부의 교육정책 가운데 호평받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사립유치원 비리 문제 대처는 정부의 '뚝심'이 빛을 발했다. 고교 무상교육도 오랜 논의 끝에 결실을 봤다.

우선 지난해 촉발된 사립유치원 비리 사태 해결은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의 총공세를 교육부를 비롯한 교육당국이 온몸으로 막아냈다는 평이다. 역설적으로 유치원 공공이 강화되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가을 학부모가 낸 교비로 성인용품을 산 유치원 사례가 드러나는 등 사립유치원의 회계 유용에 온 국민은 공분했다. 이에 교육부는 사립유치원에 국가관리회계시스템 '에듀파인'을 도입하기로 했고, 여당은 사립유치원 회계유용에 대한 처벌 조항을 담은 유치원 3법을 발의하며 지원사격했다.

지난 3월 한유총 소속 사립유치원들이 '개학 연기' 카드를 꺼내 들며 저항했을 때도 시·도교육청과 협력해 긴급 돌봄대책을 시행하며 학부모의 혼란을 막았다.

국정과제였던 고교 무상교육 실현도 성과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예산 확보 방안을 마련하지 못해 좌초됐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올해 2학기에 고교 3학년을 대상으로 처음 시행된 고교 무상교육은 내년은 고교 2·3학년, 2021년에는 전 학년으로 확대된다. 전 학년으로 확대시 연간 126만명의 고교생이 연평균 160만원 가량의 교육비 부담을 덜게 된다.

이 밖에 교육부는 연세대를 비롯해 단 한 차례도 종합감사를 받지 않았던 주요 대학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중으로 사학혁신 방안 마련을 추진하는 등 사학비리 문제 척결에도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교육정책은 칭찬보다 아쉬움의 목소리가 크다. 추진이 지지부진하거나 당초 계획을 번복해 혼란을 일으킨 사례가 많다.

당초 문재인 정부는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외국어고(외고)·국제고의 단계적 일반고 전환을 내세웠다. 2017∼2019년 1단계로 고교 입시제도 개선을 한 뒤 2018∼2020년 2단계에서는 운영성과 평가, 3단계(2020년 이후)에서는 사회적 합의 등을 거쳐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일반고 전환을 유도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 7일 교육부는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설립 근거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이들 학교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는 방침을 발표했다.

유은혜 부총리겸 교육부장관은 "교육 불공정성을 해소하라는 국민적 요구와 가능하면 신속하고 과감하게 제도를 개선하라는 엄중한 요구를 받았다"고 밝혔지만, '국민'인 자사고·외고·국제고 학부모들은 '포퓰리즘' 정책이라며 극렬히 반발하고 있다.

방과후 영어 수업도 마찬가지다. 지난 2014년 공교육정상화법 시행에 따라 초등 1~2학년 방과후 영어 수업은 지난해 3월부터 금지됐다. 과도한 선행학습을 막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같은해 10월 취임한 유은혜 부총리는 방과후 영어수업을 놀이중심으로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관련 법안은 표류하다 지난 3월 통과됐다. 이 과정에서 사교육을 우려하는 이들과 교육권 보장을 요구하는 이들은 첨예하게 대립했다.

또한 2017년 겨울 제주도에서 특성화고 재학생 이민호군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현장실습'을 폐지했다가 취업률이 떨어지자 다시 현장실습을 부활시켰다.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도 안갯속이다. 국가교육위원회는 정권 성향과 관계 없이 10년 단위의 국가 교육정책 방향을 수립하는 게 목적이다. 하지만 여야 대립으로 국회에서 관련법이 표류하면서 현재는 설치 여부가 불투명하다.

위원회 설치에 앞서 자문기구로 만든 국가교육회의도 포럼 개최 소식만 간간히 들려올 뿐 눈에 띄는 정책이나 성과는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 기억에 남은 활동은 지난해 대입 개편안 공론화 과정을 맡은 것 뿐이다.

고등교육 분야에서도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다. 대학 시간강사들의 처우 개선을 목적으로 한 '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안)도 아직까지 성과보다는 실이 더 큰 모습이다. 5800여개 대학 강좌가 줄어들고, 시간강사의 강의 담당 비율도 낮아졌다.

'공영형 사립대' 설립 논의도 마찬가지다. 국정과제였던 공영형 사립대는 정부가 사립대에 재정을 지원하는 대신 공공이사를 파견하는 등 대학의 공적 역할을 강화하는 모델이다.
하지만 내년도 교육분야 예산안에는 관련 예산이 담기지 못했다. 또한 대학 서열화를 타파할 방안으로 꼽히는 '국·공립대 통합 네트워크'도 실행이 지지부진하다.

김병국 전국대학노동조합 정책실장은 "고등교육(대학)의 위기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국정과제인 공영형 사립대 추진은 아직 손도 대지 못했다"며 "대학이 흔들리면 국가 미래도 함께 흔들릴 수 있는 만큼 가시적인 고등교육 지원 정책을 실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