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용돈 안필요해?" "용돈알바 하자" "용돈만남 할래?"
만 16세 이상 이용 가능한 랜덤채팅 어플을 깔고 나이를 '18살'로 설정하자 쏟아진 문자들이다. 1대1 대화로 이뤄지는 이 어플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성매매·음란정보와 관련해 모니터링 하면서 꾸준히 시정요구를 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160 51 A 16 2h 70' 흡사 암호 같은 문구들이 나열돼있다. 자세히보면 성매매를 유도하는 글이지만, 언뜻 봐서는 알 수 없다. 해당 글은 '160cm에 51kg, A컵 16살 2시간에 70만원'을 의미한다.
■'1대1 채팅' 관련법상 모니터링 안 돼
랜덤채팅 등 채팅앱으로 인한 청소년 성매매나 음란정보 유통이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관계당국의 단속 및 모니터링의 실효성은 이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8일 방심위에 따르면 성매매·음란관련 앱의 심의 및 시정을 요구한 건수는 최근 3년 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17년 370건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2380건으로 대폭 증가했다. 올해 9월까지는 2384건으로 이미 지난해 건수를 넘어선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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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위는 최근 청소년 성매매 창구로 악용되고 있는 청소년 대상 주요 채팅 어플리케이션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채팅 앱을 통해 실제 오프라인 성매매로까지 이뤄질 수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명확하게 성매매 요소가 있는 게시글만 시정요구가 가능하기 때문에 '만나자' '건전만남' 등 온라인 그루밍(길들이기)의 요소가 있는 글까지 차단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1대1로 이뤄지는 대화의 경우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대화의 내용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모니터링이 불가능하다.
방심위 관계자는 "기준에 따라서 성매매임을 유도하거나 암시하는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모니터링을 하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글들까지 과잉규제할 순 없다"며 "가격이나 행위에 대한 내용이 나온 글들에 한해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그루밍, 범죄로 이어질 수도
실제 지난 4월 여성가족부가 오픈채팅방 등에서 이뤄지는 불법 동영상·성매매 조장 알선 문구와 관련해 집중단속을 나섰다가 '사생활 침해' 논란에 휘말려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채팅방에 들어가 내용을 살펴본 뒤 경고 메시지를 송출하는 내용이 과잉규제라는 비판이 일었기 때문이다.
여성단체에서는 이 같은 문제점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다. 1대1 대화방에서 이뤄지는 성매매 유도는 온라인 그루밍으로 시작돼 강제추행과 성폭행, 나아가 불법동영상 유포 협박 등 심각한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016년 여성가족부의 '성매매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착취 피해 청소년 10명 중 7명(74.8%)이 채팅앱을 이용해 성구매자를 만났다.
김여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피해지원국장은 "불법동영상과 관련한 유포나 유포협박 등은 관련법이 있지만 온라인 그루밍 자체는 관련법이 없는 상황"이라며 "온라인 사업자에 대한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십대여성인권센터는 채팅앱 서비스 제공자가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및 이를 제의하는 정보가 유통되지 않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할 것과 회원가입시 실명·연령 확인·본인 인증 등의 규정을 신설하는 내용의 입법제안서를 만들기도 했다.
권주리 십대여성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앱 마켓 사업자의)자율규제도 의미 있지만 제도화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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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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