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산란일자 표기제, 그 이후

김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10 16:50

수정 2019.11.10 16:50

[특별기고]산란일자 표기제, 그 이후
최근 달걀 요리를 해본 주위 사람들로부터 자주 듣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달걀을 깨보면 예전과 달리 달걀 노른자가 동그랗게 솟아 있고 탱탱하다고 합니다. 달걀 껍데기에 닭이 알을 낳은 날짜인 산란일자 표시제를 도입하고부터 듣는 말입니다.

예전에는 냉장고에 넣어 둔 달걀이 얼마나 지났는지 알 수 없어 소금물에 담가 떠오르면 오래되었음을 알 수 있었는데, 이젠 달걀 산란일자를 보면 신선도를 바로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과거 과잉생산돼 창고에 묵혀 두었던 일부 달걀이 산란일자가 아닌 포장일자를 기준으로 유통기한을 달고 나와 시중에 유통되면서 소비자들은 지속적으로 신선도에 의문을 가져왔습니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2월 23일 달걀 껍데기에 산란일자 표시제도를 도입하고 1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올해 2월 23일 시행했습니다.


지난해 12월 겨울의 한가운데, 시행일이 다가오면서 달걀 생산농가에서는 재고처리 부담 등을 이유로 식약처 정문 앞에 천막을 치고 산란일자 표시제 도입에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고 천막농성은 70여일 동안 계속됐습니다. 양계농가의 입장과 신선한 달걀을 먹기 위해 산란일자 표시가 꼭 필요하다는 소비자의 바람이 맞서는 상황이었습니다.

대한양계협회, 한국계란유통협회와 수차례 면담, 간담회를 통해 달걀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했고, 생산농가가 준비할 수 있도록 6개월 계도기간을 거쳐 올해 8월 23일 본격 시행하기로 협의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본격 제도 시행에 앞서 운영현황을 확인하기 위해 계도기간(8월 7일)에 산란일자 표시율을 점검한 결과 식자재마트, 동네슈퍼 등 중소형마트는 산란일자를 90%가량 표시해 전면 시행 전 고민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본격 시행 한 달을 맞은 9월 중순 식약처에서 전국 927개 중소형마트를 조사해 보았더니 99%가 산란일자를 표시하고 있어 사실상 산란일자 표시제가 정착됐다고 판단했습니다.

산란일자를 표시하면서 점점 순기능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일부 언론에서 산란일자 표시제 시행 이후 생산농가가 스스로 사육 마릿수를 조절하고 있고, 이로 인해 달걀 가격도 안정됐다고 합니다.

소비자가 신선한 달걀을 먹을 수 있는 행복에 더해서 말입니다. 국민의 식탁에서 빠질 수 없는 식품인 달걀이 신선하고 안전하게 공급되는 것은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에게 이익일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습니다. 소비자는 달걀을 살 때 겉포장에서 산란일자를 확인하고 싶어합니다. 현재 약 30% 업체가 자율적으로 겉포장에 산란일자를 표시하거나 투명포장을 사용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소비자의 바람에 맞춰 점차적으로 겉포장지에 산란일자를 표시하는 비율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편으로는 업체에 적극적으로 협조 요청하는 것도 잊지 않겠습니다.
생산농가의 애로사항도 경청할 것입니다.

한편 소비자는 달걀 포장지에는 유통기한이 표시돼 있으므로 이를 확인하고 구매해야 합니다.
또한 적정하게 보관·유통된 달걀은 산란일이 며칠 지났다 하더라도 품질과 안전에 문제가 없습니다.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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