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마음대로 프린트하고 접고 펴도 오래쓰는 이차전지 개발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11 13:42

수정 2019.11.11 13:42

프린팅을 통해 모형 글라이더 날개와 같은 제한적 표면 위에 리튬-황 전지를 구현했다. UNIST 제공
프린팅을 통해 모형 글라이더 날개와 같은 제한적 표면 위에 리튬-황 전지를 구현했다. UNIST 제공

[파이낸셜뉴스] 국내 연구진이 글자나 그림으로 프린트해서 사용할 수 있는 이차전지를 개발했다. 이 전지는 불 속에서도 안전하게 작동하며 상용화된 리튬이온전지보다 용량이 5배나 커서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다.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이상영 교수팀은 프린팅 공정을 이용해 '다형상 전고체 리튬-황 전지'를 개발했다고 11일 밝혔다.

연구팀은 리튬-황 전지의 성능 저하 문제를 '두 개의 층으로 이뤄진 젤(Gel) 상태 전해질'로 해결했다.
음극에는 황화합물이 음극으로 이동하는 걸 억제하는 전해질을, 양극에는 황의 산화와 환원 반응이 잘 일어나는 전해질을 배치했다. 두 전해질은 열역학적으로 안정해 서로 섞이지 않는다.

이번 연구의 제1저자인 김세희 박사는 "이중층 고체 전해질을 갖는 리튬-황 전지는 일반적인 액체 전해질을 갖는 리튬-황 전지에 비해 수명 주기가 2배 이상 늘어났다"며 "고체 전해질이지만 부드럽게 구부러지는 젤 형태를 썼기 때문에 전지의 기계적·화학적 안정성이 높으며, 전지 여럿을 직렬로 연결할 수 있어 작동 전압을 높이기도 쉽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전지는 다양한 방식으로 접고 펴기를 반복해도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LED 램프와 연결된 전지를 가위로 잘라도 램프에 불이 유지될 정도로 안전성도 높았다. 또 전지에 불을 붙이는 실험에서도 끄떡 없이 작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인화성 액체 전해질 대신 고체 전해질을 쓴 덕분에 불이 붙거나 폭발하지 않은 것이다.

전고체 리튬-황 전지를 만드는 '단계적 프링팅 공정'이 가진 장점도 많다. 원하는 자리에 다양한 모양의 전지를 직접 제조할 수 있어 사각형 배터리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 굴곡진 평면 구조인 비행기 날개 위에 알파벳 형상의 리튬-황 전지를 제조해 선보였다.

이상영 교수는 "이 연구는 현재 이차전지 분야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인 '고용량·고안전성 전고체전지'를 만드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다"며, "가위로 자르거나 불을 붙인 상황에서도 정상 작동하는 매우 안전한 구조를 구현해 고전압 특성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프린팅 공정을 이용해 다양한 모양을 갖는 전고체전지를 쉽게 제조할 수 있어, 리튬-황 전지의 실용성을 높이는 크게 높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연구는 에너지 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티리얼스' 표지 논문 선정돼 10월 24일자로 출판됐다.
연구 진행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중견연구자 지원사업과 기후변화대응기술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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