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외교/통일

北 연내 시한 시계 째깍째깍..美 명분용 카드 던지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11 15:18

수정 2019.11.11 15:18

연내 셈법 내놓으라는 北..움직임 없는 美
北 "대화를 위한 대화는 무의미해"
美 트럼프 대화체제 현 상황 유지 바랄 것
도발 막고 현상유지 위한 명분 카드 내미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이 미국에 대해 요구한 '연내' 시한이 다가오면서 미국이 어떤 카드로 대응을 할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이 재선과 도발을 막기 위한 차원에서 현상 유지를 바라고 있고 따라서 연말 안으로 현 상황을 유지하기 위한 카드를 던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사진=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이 미국에 대해 요구한 '연내' 시한이 다가오면서 미국이 어떤 카드로 대응을 할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이 재선과 도발을 막기 위한 차원에서 현상 유지를 바라고 있고 따라서 연말 안으로 현 상황을 유지하기 위한 카드를 던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로운 셈법'을 내놓지 않으면 '새로운 길'을 가겠다는 엄포와 함께 제시한 '연말' 시한이 다가오고 있지만 미국은 요지부동이다. 북한의 초조함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북한에 연내 어떤 카드를 건넬 것인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북한이 연내 시한을 설정한 상황에서 미국이 외면만 한다면 도발을 감행해 주목도를 높이는 전략을 쓸 수 있다. 그렇게 될 경우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의 실패로 이어지기 때문에 현재로선 미국도 상황 관리 차원에서 대화구도를 이어갈 명분용 카드를 내줄 가능성도 있다.

연말 시한은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 당시 김 위원장의 입을 통해 나온 말이다.

이 시한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대북제재로 한계에 내몰린 북한은 더욱 어려워지고, 최고지도자의 체면에도 큰 손상이 가며, 북한은 면피를 위해 위험 수위의 도발을 할 가능성도 있다.

그렇지만 미국은 북한이 여러 차례 연말 안으로 전향적 상응조치를 달라고 재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꿈쩍도 안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선 과정에서 비핵화 행동 없이 대가만 바라는 북한 문제를 부각시켜서 얻을 긍정적 효과보다 실(失)이 더 많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자신과 협상에 들어간 이후 핵실험과 대륙간탄도탄(ICBM) 발사를 멈췄다는 것을 외교적 성과로 뽐내고 김 위원장과의 개인적 친분을 자랑했지만, 핵심인 비핵화의 실체적 진전에서는 어떤 진전도 보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발전이 없다는 것이 북·미 비핵화 협상의 현주소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을 명확하게 보기 전에 '전향적 무언가'를 줄 가능성은 사실상 전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런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 만약 북한이 바라듯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친분을 바탕에 두고 탑다운 방식으로 북한에 '큰 것'을 줄 경우 그는 대부분 북한에 비판적인 미국 조야의 집중 공격을 받게 되고 재선가도에 빨간불이 불가피해진다.

실제로 지난달 26일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북한이 더 안정적인 안보 환경에 대해 논의하려 한다면 인위적인 데드라인(마감시한)을 정해선 안 된다"면서 북한의 거듭된 '연내' 재촉에 거부감을 나타낸 바 있다.

반면 북한은 지난 8일(현지시간) 2019 모스크바 비확산회의(MNC)에 참석한 조철수 북한 외무성 북미국장을 통해 "미국에 많은 기회를 주고 있지만 매일 기회의 창이 닫히고 있고, 대화를 위한 대화는 무의미하다"며 미국에 전향적 조치를 내놓으라고 압박하고 있다.

북한은 그동안 북·미 협상이 교착상황에서 미사일 도발을 하며 주목을 끈 바 있다. 만약 미국의 조치가 나오지 않는다면 북한이 도발의 강도를 높일 개연성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2일 감행했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를 뛰어넘는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처럼 상황유지 전략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외교적 성과를 내기 어렵다면 현 수준을 이어가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 아래 북한을 관리하고, 이 과정에서 연내 시한에 먹힐 만한 명분용 카드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미국은 한동안 상황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은데 이 과정에서 북한의 돌발적 행동을 저지하기 위해 다양한 카드를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 센터장은 "미국이 북한에 연내 어떤 메시지를 줄 수 있는데, 이것이 물밑에서 진행될 것인지 아니면 공개적 측면에서 이뤄질 것인지는 현재로선 판단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 문제를 통해 외교적 성과를 낼 수 있는 제안을 하고 싶겠지만 자칫 '나쁜 거래'로 연결될 경우 타격이 크기 때문에 미 행정부 내에서도 연말 안으로 북한에 줄 카드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