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쥐 대신 인간 유전자 90% 비슷한 제브라피쉬로 실험 대체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19 12:37

수정 2019.11.19 12:37

한국화학연구원 바이오기반기술연구센터 배명애 센터장이 실험동물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는 제브라피쉬의 특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화학연구원 제공
한국화학연구원 바이오기반기술연구센터 배명애 센터장이 실험동물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는 제브라피쉬의 특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화학연구원 제공


[파이낸셜뉴스] 한국화학연구원은 바이오기반기술연구센터 배명애 박사팀이 제브라피쉬 치어를 이용해 비스페놀A(BPA)의 뇌신경 교란 장애를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고 19일 밝혔다. 배명애 박사팀의 이번 연구를 통해 설치류 동물 대신 제브라피쉬를 이용해 실험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이번 실험의 성공으로 제브라피쉬의 활용범위가 확대되는 것은 물론이고, 실험동물 대체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연구진은 제브라피쉬를 이용해 BPA 독성실험 결과를 단 3일 만에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보통 설치류 동물을 이용하면 1개월 정도 걸리던 일이다. 기간이 10분의 1로 대폭 감소한 것이다. 제브라피쉬 치어의 실험비용도 설치류 동물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또한 제브라피쉬는 세포실험과 달리 살아있는 상태에서 장기 등을 관찰할 수 있고, 동시에 다량의 유해물질 평가를 수행할 수 있다. 이는 제브라피쉬가 인간 유전자와 90% 이상 비슷한 담수어로, 성체 크기가 3~4㎝ 정도로 작은 데다, 한 번의 교배로 수백 마리의 개체를 쉽게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화학연구원 배명애 박사는 "제브라피쉬 치어를 이용한 실험이 설치류 동물실험과 비교해 시간과 비용이 적게 들 뿐만 아니라 동물실험 윤리문제에서도 자유롭다"면서 "제브라피쉬는 투명해서 심장이 뛰는 것부터 혈액이 흐르는 것까지 살아있는 상태에서 관찰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BPA는 환경호르몬의 일종으로,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분비를 감소시켜 행동장애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제브라피쉬 치어를 이용한 운동성 평가 및 색 선호도 비교실험에서 BPA에 노출된 실험군은 운동능력이 현저히 감소하고, 파란색 선호도가 50% 수준으로 낮게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제브라피쉬는 선천적으로 파란색을 선호하는 편이다. 선호도는 70% 수준에 달한다.

이러한 결과는 도파민 감소와 연관돼 있다. BPA가 제브라피쉬 치어에 높은 농도로 축적되고, 독성물질로부터 뇌 조직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혈액-뇌 장벽을 쉽게 통과했다. 이에 따라 도파민 합성경로를 감소시키고, 신경 장애를 일으켰다. 이로 인해 제브라피쉬 치어의 행동에 악영향을 미친 것이다.

또한 신경전달물질 분석실험에서도 BPA에 노출된 실험군의 도파민 양이 정상군과 비교해 80% 수준으로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실제로 정상모델의 도파민 함량이 0.65ng(나노그램)인 반면, BPA 노출모델의 도파민 함량은 0.56ng에 불과했다.

이 같은 연구성과는 환경분야의 저명한 국제 학술지 '케모스피어' 최신 온라인판에 '제브라피쉬 치어 모델의 비스페놀A 급성 노출에 의한 신경화학·행동 분석'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원천기술개발사업'의 일환인 '제브라피쉬기반평가사업단'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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