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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연준 통화정책은 非정치적"… 금리인하 압박에 ‘쐐기’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19 17:31

수정 2019.11.19 17:31

트럼프 만나 30분간 대화 나눠
"물가안정·최대고용 목표 따라 결정"
‘트윗 요구’에 원론적인 입장 재확인
트럼프 ‘경제 책임 희생양’ 분석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통화정책은 정치적인 고려 없이 이뤄진다고 못박았다. 금리인하, 심지어 유럽 같은 마이너스(-) 금리를 시도 때도 없이 요구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내년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성장률이 하락하면 재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을 잘 아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같은 단호한 파월 의장의 태도에도 불구하고 파월을 비난하는 '트윗 압박'을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트럼프의 파월 비난이 경제실정 책임을 연준에 돌리려는 의도도 담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1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숙소로 파월 의장을 불러 30분간 대화를 나눴다. 대통령 공식 일정에 없던 만남으로 이 자리에는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배석했다.
지난 2월에 이어 9개월 만에 다시 파월을 직접 대면한 트럼프는 면담이 끝난 뒤 트위터를 통해 대화가 "매우 좋았고, 화기애애했다"고 트위터에 띄웠다. 파월은 연준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통화정책은 물가안정과 완전고용이라는 연준의 2가지 목표에 따라 결정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트위터에서 "금리, 마이너스 금리, 낮은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 통화완화, 달러 강세, 달러강세가 제조업에 미치는 영향, 중국·유럽연합(EU)·기타 국가들과 교역 등을 포함해 모든 것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30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서로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끝난 것으로 보인다. 연준은 파월 의장이 트럼프 대통령, 므누신 장관을 만나 "경제, 성장률, 고용, 인플레이션에 관해 논의했다"면서 "파월 의장의 발언들은 지난주 의회 청문회 답변과 같은 맥락이었다"고 밝혔다. 파월은 지난주 의회의 상하 양원 합동경제위원회(JEC)와 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추가 금리인하에 나서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바 있다.

연준은 성명에서 "파월이 통화정책에 대한 자신의 예상에 관해서는 논의하지 않았다"면서 "정책 방향은 경제전망을 담고 있는 앞으로 나올 지표들에 전적으로 달려있다는 점만 강조했다"고 전했다. 연준에 따르면 파월은 이날 통화정책 결정에 관해 원칙론을 되풀이했다. 성명은 파월 의장이 "연준은 법에 따라 최대 고용과 물가안정을 위해 통화정책을 결정하며 오로지 신중하고, 목표지향적이며 비정치적인 분석에 기초한다"고 밝혔다고 덧붙였다.

파월을 백악관으로 불러 또 다시 압박에 나선 트럼프는 지난주 뉴욕경제클럽(ECNY) 연설에서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트럼프는 연준이 자신의 임기 동안 성장을 억제하려 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연준이 유럽중앙은행(ECB)와 달리 마이너스 금리를 택하지 않아 미국을 불리하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은행에서 돈을 꾸우면 이자를 내는 대신 되레 이자를 받는 마이너스 금리를 빗대 "그 돈 조금만 받자, 나도 그 돈 갖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연준이 트럼프 자신이 자초한 무역전쟁 충격을 우려해 7월 이후 기준금리를 3차례에 걸쳐 0.75%포인트 인하했지만 만족하지 못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한편 일부에서는 권한이 없다는 점을 알면서도 트럼프가 가끔씩 파월 해임 얘기를 꺼내거나 계속해서 연준을 비난하는 것은 경제 성적이 신통치 못할 경우 내년 대선에서 그 책임을 파월에 돌리기 위한 포석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자신이 임명한 파월이 말을 듣지 않아 경제가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며 그를 '희생양'으로 삼아 대선에서 다시 승리를 거머쥐려는 욕심이라는 것이다.
트럼프는 지난주 월마트가 분기실적을 발표하면서 인플레이션이 낮다는 점을 강조했다면서 "파월, 저 얘기 듣고 있나?"라고 트위터를 통해 금리인하를 압박한 바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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