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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회장의 27년 뚝심...SK바이오팜 신약 결실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22 08:55

수정 2019.11.22 08:55

최태원 회장의 27년 뚝심...SK바이오팜 신약 결실


[파이낸셜뉴스] SK바이오팜이 자체 개발한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가 22일(현지시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품목 허가를 받은데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27년 바이오 뚝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특히 이번 성과는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개발, 신약허가까지 전 과정을 SK바이오팜이 독자적으로 수행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국내 제약사 중에는 최초다.

최 회장의 뚝심과 철학이 없으면 불가능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선이다.

신약개발은 통상 10년~15년의 기간과 수 천억 원 이상의 비용이 투입되고도 5000개~1만개의 후보물질 중 단 1~2개만 신약으로 개발될 만큼 성공을 확신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연구 전문성은 기본이고 경영진의 흔들림 없는 육성 의지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영역이다.


최 회장은 지난 2016년 SK바이오팜 생명과학연구원을 찾아 신약 개발과 장기적 투자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1993년 신약개발에 도전한 이후 실패를 경험하기도 했지만 20년 넘도록 혁신과 패기, 열정으로 지금까지 성장해 왔습니다. 글로벌 신약개발 사업은 시작할 때부터 여러 난관을 예상했기 때문에 장기적인 안목에서 꾸준히 투자해왔습니다. 혁신적인 신약 개발의 꿈을 이룹시다"
SK는 1993년 대덕연구원에 연구팀을 꾸리면서 불모지와 같았던 제약사업에 발을 들였다. 인구 고령화 등으로 바이오, 제약 사업은 고부가 고성장이 예상되는 영역인데다, 글로벌 시장에 자체개발 신약 하나 없던 한국에서는 '신약주권'을 향한 의미 있는 도전이었다.

대부분의 국내 제약사들이 실패 확률이 낮은 복제약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SK바이오팜은 오직 혁신신약개발에만 매달렸다. 단기 재무성과에 목마른 기업 입장에서 큰 결단이었다. 이를 가능하게 했던 것이 최 회장의 비전과 확고한 투자 의지였다.

최 회장은 2030년 이후에는 바이오 사업을 그룹의 중심축 중 하나로 세운다는 장기 목표를 제시했다. 신약 개발에서 의약품 생산, 마케팅까지 모든 밸류체인을 통합해 독자적인 사업 역량을 갖춘 글로벌 바이오, 제약 기업을 키워낸다는 비전을 밝혔다. 2002년 생명과학연구팀, 의약개발팀 등 5개로 나누어져 있던 조직을 통합, 신약 연구에 집중케 하는 한편, 다양한 의약성분과 기술 확보를 위해 중국과 미국에 연구소를 세웠다.

2007년 지주회사 체제 전환 이후에도 신약개발 조직을 따로 분사하지 않고 지주회사 직속으로 둬 그룹 차원에서 투자와 연구를 지속하게 한 것 역시 최 회장의 신약 개발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신약개발이야말로 단기 실적 압박에서 벗어나 지속적인 투자와 장기적인 비전이 담보돼야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성공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SK는 최 회장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수 천억 규모의 투자를 지속했다. 임상 1상 완료 후 존슨앤존슨에 기술수출 했던 SK의 첫 뇌전증치료제 '카리스바메이트'가 2008년 출시 문턱에서 좌절했을 때에도 최 회장의 뚝심은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해에 SK바이오팜의 미국 현지법인 SK라이프사이언스의 R&D 조직을 강화하고 업계 최고 전문가들을 채용함으로써 독자 신약 개발을 가속화 했다.
이때 역량을 강화했던 SK라이프사이언스가 이번에 FDA 승인을 얻은 엑스코프리의 임상을 주도했고, 발매 이후 미국 시장 마케팅과 영업까지 도맡을 예정이다.

이후 SK는 신약 개발 사업의 집중 육성을 위해 2011년 사업 조직을 분할해 SK바이오팜을 출범시켰다.
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꾸준한 신뢰와 지원을 이어온 덕분에 FDA가 요구하는 엄격한 기준과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임상 전 단계를 수행할 수 있는 독보적인 노하우와 경험이 SK바이오팜에 축적될 수 있었다는 평가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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