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SK바이오팜 개가, 신약강국의 길은 열려있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22 17:03

수정 2019.11.22 17:03

SK그룹의 신약 개발 프로젝트가 큰 성과를 냈다. SK바이오팜은 21일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판매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SK바이오팜은 그룹 지주사인 SK㈜의 자회사다.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을 거쳐 판매허가까지 신약 개발의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끝마친 것은 국내 제약사 중 SK바이오팜이 처음이다.

SK그룹의 뚝심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제약산업에 첫발을 디딘 것은 26년 전인 1993년이다.
SK는 손쉬운 복제약 대신 불모지나 다름없는 신약 개발에 열정을 쏟았다. 오너인 최태원 회장의 전폭적인 지지도 큰 힘이 됐다. 신약 개발은 최소 10년 넘게 조(兆) 단위 투자를 각오해야 하는 험난한 작업이다. 그렇다고 성공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웬만한 기업에선 이런 '돈 먹는 하마' 프로젝트를 감당할 여력이 없다. 하지만 최 회장은 "혁신은 실패를 먹고 자란다"며 격려했다.

한국은 세계 제약시장에 이제 막 얼굴을 내밀기 시작한 신참이다. 글로벌 제약시장은 미국과 유럽, 일본의 메이저 제약사들이 장악하고 있다. 새 경쟁자로 떠오르는 한국 제약사들에 대한 견제는 당연한다. 이런 어려움을 뚫고 SK바이오팜이 단순 기술수출에서 벗어나 오로지 혼자 힘으로 최종 FDA 승인까지 따낸 것은 대단하다.

국내 제약사들이 처한 환경은 그리 밝지 않다. 최근 바이오 업체들은 잇따라 좌절을 겪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 탓에 곤욕을 치렀고, 이어 신라젠과 헬릭스미스 등 유망 바이오 업체들도 시장의 기대에 어긋났다. 하지만 길게 보면 이는 제약강국으로 가는 불가피한 과정일 뿐이다. 앞으로도 신약 개발은 성공과 실패를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세계 제약 시장은 반도체 시장보다 몇 배나 크다. 이 시장에서 한국이 서서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정부 역시 바이오헬스를 3대 혁신산업 중 하나로 육성하고 있다.
엉뚱하게 우리 스스로 발목을 잡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이정동 대통령 경제과학특별보좌관은 "한국 경제의 위기는 우리 산업이 시행착오 경험을 꾸준히 쌓는 '축적의 시간'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축적의 길'). 제약은 특히 시행착오의 경험이 필수불가결한 분야다.
중요한 것은 기업의 뚝심, 정부 정책의 일관성 그리고 시장의 인내심이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