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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거래소의 72시간 지연 입금제, 이용자 불편 호소

허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25 14:02

수정 2019.11.25 17:02

국내 거래소 중 유일하게 코빗에만 있는 제도 보이스피싱 예방 때문이라지만 업계선 효과도 없는데 '과도하다' 지적 거래소는 쉽게 옮겨가지도 못해...이용자들 발 동동 코빗 "신한은행과 제도 개선 지속 협의할 것"

#암호화폐 거래소 코빗을 이용하는 투자자 A씨는 최근 시진핑 주석의 블록체인 육성 발언으로 비트코인이 급등했을때, 제대로 투자를 하지 못해 화가 났다. 비트코인이 급등하기 시작할때 비트코인을 구매하기 위해 코빗 계좌로 원화를 입금했는데, 72시간이 지나야만 암호화폐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한 코빗의 정책 때문에 투자 적기를 놓쳤다. A씨는 다른 어떤 거래소에도 없는 지연 입금제도 때문에 투자 적기를 놓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생각한다.


암호화폐 거래소 코빗 이용자들이 72시간 원화 입금 지연제도 때문에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국내 거래소 가운데 유일하게 코빗만 원화를 입금하면 72시간이 지난 후에야 거래소 지갑에 원화가 반영된다. 때문에 이용자들은 투자를 제때 할 수 없다며 코빗의 이상한 제도가 수정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코빗 측도 이런 이용자들의 불만을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코빗은 실명확인 가상계좌를 위해 협업하고 있는 신한은행이 보이스피싱 등 전자금융사기를 막기 위해 이같은 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강제하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출금 지연 제도가 이미 운영되고 있는 상황에서 입금 지연 제도까지 강제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이용자들이 다른 거래소로 옮기려면 시중은행에 다시 계좌를 개설해야 하고 복잡한 신원인증 절차도 다시 거쳐야 한다. 암호화폐 거래소 특성상 이용자 이동도 쉽지 않은데, 초단위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투자시장에서 72시간이나 입금을 늦추는 것이 이용자에게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이에 신한은행과 코빗이 이용자 불편 해소를 위해 관련 제도 개선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의 72시간 지연 입금제, 이용자 불편 호소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가운데 유일하게 코빗만 시행하고 있는 ’72시간 지연 입금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이용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72시간 지연 입금제’는 이용자들이 암호화폐 투자를 위해 거래소에 원화를 입금하면, 72시간 이후에 거래소 지갑에 원화가 입금되는 제도다.


■국내 거래소 중 유일하게 코빗만 입금지연 정책


코빗은 지난 8월 수개월 동안 중단됐던 원화입금을 재개하면서 48시간 출금 지연제와 함께 72시간 지연 입금제를 도입됐다. 고객의 입금을 지연시키는 제도는 국내 여러 거래소 가운데 유일하게 코빗만 시행하고 있다. 시중은행과 협력하는 소위 4대 거래소라 불리는 업비트와 빗썸, 코인원은 입금지연 제도가 없다. 이른바 ‘벌집계좌’를 사용하는 거래소들도 입금은 바로 반영된다.


이 제도 시행 이후 코빗 이용자들은 지속적으로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원화를 입금하더라도 바로 암호화폐 거래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암호화폐 가격이 급등할때 원화를 더 투입해 수익을 내고 싶어도 추가 투자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이같이 불편한 제도가 만들어진 이유는 이용자가 혹시라도 보이스피싱 등 전자금융사기로 거래소에 원화를 입금할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코빗과 협력해 실명확인 가상계좌를 제공하고 있는 신한은행 관계자는 “72시간 동안 입금을 지연시키면, 그 시간 동안 이용자가 보이스피싱 시도라는 것을 인지하고 입금을 취소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암호화폐 거래소의 72시간 지연 입금제, 이용자 불편 호소


■이용자만 불편하고 보이스피싱 예방 효과 ‘미미’


하지만 업계에서는 입금 지연제도는 사실상 이용자 불편만 가중할 뿐, 보이스피싱을 막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입금이 아니라 이용자들의 출금요청을 지연시키는 것이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코빗을 제외한 빗썸과 코인원 등의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입금 지연제도가 아닌 24시간 출금 지연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원화를 입금할 경우, 이 입금한 원화만큼의 암호화폐를 24시간 동안 출금할 수 없도록 막고 있는 것이다. 코빗은 다른 거래소보다 더 강화한 48시간의 출금 지연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사기범들은 원화를 거래소에 입금한 뒤 암호화폐로 바꿔서 출금하는데, 이를 막기 위해 출금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이상여부가 감지되면 출금을 정지시킨다”며 “지연 출금과 이상거래 탐지시스템을 통해 보이스피싱을 차단할 수 있기 때문에 입금 지연제도 도입여부는 생각해본 적이 없으며, 그럴 필요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책임 떠넘기기 대신 제도 개선 서둘러야


이같은 지적에 대해 코빗과 신한은행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코빗은 신한은행의 요구 때문에 이용자 불편을 알고 있지만 어쩔 수 없이 시행하고 있다고 했다. 반면 신한은행은 코빗이 먼저 제안한 제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업계에서는 고객 불편이 확인된 만큼, 책임소재를 따질 것이 아니라 제도 개선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조언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지연 입금제도는 코빗이 먼저 제안해서 시행된 제도이며 이용자 불편이 계속된다면 코빗 측이 제도 개선안을 다시 제안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빗 관계자는 “우리도 이같은 이용자 불편을 해소하고 싶어 여러차례 신한은행에 제도 개선을 요청하며 협의하고 있다”며 “고객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신한은행과 계속적으로 긴밀히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jjoony@fnnews.com 허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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