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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혁신의 싹 자르는 타다 금지법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26 17:47

수정 2019.11.26 17:47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가 25일 이른바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를 벌였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법안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세부사항에 대한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일부 의원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면서다. 하지만 여야가 연내 처리를 전제로 이른 시일 안에 소위를 다시 열기로 해 이번 정기국회 내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렇게 되면 렌터카 기반 승합차 호출서비스인 '타다'는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대표발의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은 크게 두 갈래로 구성됐다. 우선 모빌리티 기업이 기여비용을 내면 플랫폼 운송면허를 부여해 국토교통부가 허가한 총량제 내에서 합법적으로 이동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운전자 알선 허용범위를 △관광 목적으로 대여시간이 6시간 이상일 때 △차량 반납장소가 공항이나 항만일 때로 제한해 사실상 타다가 설 수 있는 자리를 없앴다. 타다 운영사 VCNC가 이 법을 '타다 금지법'으로 규정하며 반발하는 이유다.

우리는 이 법안의 신속한 처리가 최선은 아니라고 본다. 택시·모빌리티 업계가 그렇지 않아도 극단적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덜컥 입법이 되고 나면 더 큰 갈등을 불러올 수 있어서다. 타다가 소비자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사실도 염두에 둬야 한다. 지난해 10월 서비스를 시작한 타다는 출범 1년 만에 100만명 넘는 이용자와 수천명에 이르는 드라이버를 고용한 서비스로 성장했다. 한국리서치가 올해 초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의 68%는 승차공유 서비스가 지금보다 더 활성화되기를 원하고 있다.

국회가 나서서 혁신의 싹을 자를 이유도 없다.
카풀 서비스를 둘러싼 갈등으로 우리는 승차공유에 관한 한 한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우버, 디디추싱, 그랩 등 승승장구하는 글로벌 승차공유 기업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이렇게 승차공유 서비스가 첫발도 떼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혁신적인 서비스가 타다인데 이마저도 법으로 막겠다고 하면 누가 박수를 치겠나. 국회가 혁신성장으로 가는 길을 가로막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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