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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무역 바닥없는 추락…"미·중 합의해도 급반등 어렵다" [글로벌 경제 먹구름]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26 17:53

수정 2019.11.26 17:53

7·8월 증가세에 '바닥' 점쳤지만
9월 교역량 한달새 1.3% 줄어
G2 무역협상 1단계 합의 무색
전문가 "내년에도 회복 힘들듯"
세계 무역 바닥없는 추락…"미·중 합의해도 급반등 어렵다" [글로벌 경제 먹구름]
전 세계 교역이 지난 9월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4개월째 내리막길을 걸으며 세계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이후 최장 감소세를 기록했다.

미국과 중국이 9월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표현을 빌리자면 '1단계' 무역합의에 이른 점을 감안하면 세계 교역에 드리운 먹구름이 쉽게 가시지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이코노미스트들은 미·중이 무역합의에 이르더라도 내년 중 교역이 급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비관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5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정부 산하 경제정책분석국(CPB)의 세계교역모니터를 인용, 이같이 보도했다. 세계무역기구(WTO) 통계가 최종적 교역지표라면 CPB 통계는 선행지표 역할을 한다.


CPB에 따르면 9월 전 세계 교역은 물량 기준으로 전월비 1.3%, 전년동월비로는 1.1% 줄었다. 전월비 기준으로 세계 교역물량은 8월에는 0.5% 증가한 바 있지만 전년동월비로는 9월까지 넉달째 내리막길을 걸었다. 세계 교역은 전월비 기준으로 7월과 8월 증가세로 돌아서며 미·중 무역전쟁이 부른 교역감소가 이제 최악을 지났을 것이라는 안도감을 줬지만 9월 급격한 감소세로 반전돼 이 같은 희망이 물거품이 됐다.

ING의 팀 스파크맨 이코노미스트는 "미·중 무역협상이 잘해야 혼미한 흐름을 보이고 있음을 나타내는 소식들이 잇따르는 가운데 교역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 교역감소는 예상대로 미국과 중국이 주된 동력이다. 2년 동안의 무역전쟁으로 양국의 수입은 급감했다. 전월비 기준으로 미국의 9월 수입물량은 2.1%, 중국의 수입물량은 6.9% 쪼그라들었다.

또 지난해 말 이후 양국 간 교역은 두자릿수 감소세를 기록했고, 특히 관세 여파로 재화교역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미국 상무부 통계에 따르면 금액 기준으로 미국의 9월 수출은 전월비 18억달러 줄었다. 감소세는 중국의 무역보복에 직면한 미국산 콩에 집중돼 콩 수출감소 규모는 10억달러에 이르렀다.

미·중 무역전쟁과 교역감소는 정책 불확실성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과 기업투자 위축을 매개체로 전 세계 각국, 거의 모든 재화로 확산됐다.

중국의 수입 감소는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신흥시장에 직격탄을 날려 이 지역 수입물량을 전년동월비 3.3% 쪼그라들게 만들었다.

스파크맨은 "지역적 연계, 글로벌 밸류체인 등으로 중국의 수입 감소는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수입수요를 급격히 줄어들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영향권에서 조금 비켜나 있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은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서는 조금 나았지만 취약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더 큰 문제는 내년이다. 전월비 기준으로 2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하며 교역둔화가 이제 바닥을 찍은 것 아니냐는 기대감을 몰고 왔던 교역이 다시 고꾸라지면서 내년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FT는 이코노미스트들의 말을 인용, "세계 교역 증가세가 올 후반에는 안정을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는 있다"면서도 "미·중 무역긴장이 사라진다 해도 내년 세계 교역이 급격한 반등을 이룰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한편 CPB의 세계 산업생산 지표는 교역지표와 달리 일부 희망적 조짐들을 보였다. 전 세계 산업생산은 8월 전월비 0.1% 증가한 데 이어 9월에는 0.5%로 증가폭을 더 넓혔다.
다만 산업생산 증가세는 온전히 아시아 지역의 증가세에 따른 것으로 다른 대부분 지역에서는 하락세가 이어졌다고 FT는 전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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