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보다 사장이 많은 가구거리… 수도권 무료배송 등 출혈경쟁

서울 서대문구 아현동 가구거리
이케아 국내 상륙하며 발길 끊겨
70% 할인·전국 최저가 내세워도
다수 매장 매출 3년전 절반 수준

26일 찾은 서울 서대문구 아현동 가구거리에 할인 홍보 문구가 겹겹이 붙어 있다. 사진=이용안 인턴기자
'대박세일, 70% 할인, 전국 최저가….'

지난 26일 서울 서대문구 아현동 가구거리 곳곳에는 한 걸음도 떼기 전마다 홍보 문구가 겹겹이 붙어 있었다. 가구 매장들은 판매가보다 싼 가격에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현동 가구거리에서 쇼파·침대 판매점을 운영하는 A씨는 "원래도 판매가보다는 물건을 싸게 팔았는데 3년 전 정도부터 가구거리가 어려워지고 저런 홍보문구들이 더 많이 붙었다"면서 "장사가 안 되니 할인 경쟁이 치열해졌다"고 말했다.

■3년 전보다 손님 절반 이상 줄어

실제 이날 오후 3시경 찾은 아현동 가구거리에는 손님보다 가게 밖에 앉아 있는 사장님들이 더 많았다. A씨는 "평일보다 주말에 손님이 더 오기는 하지만 3년 전과 비교하면 절반 이상은 줄어들었다"며 미간을 찌푸렸다. 이곳 사무용품 전문점에서 일하는 B씨도 "평일과 주말에 오는 손님의 수가 비슷했다"며 "3년 전 정도부터는 손님이 3분의 2가량 줄었다"고 푸념했다. 3년 기점은 우리나라에 스웨덴 가구공룡 이케아가 들어온 시기와 맞물린다.

드물지만 아현동 가구거리만의 장점을 찾은 고객들도 있었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유선애씨는 "인터넷으로 가구를 주문했는데 사진으로 보던 것과 완전히 다른 제품이 왔다"며 "아현동 가구거리는 직접 눈으로 보고 살 수 있어 좋다. 배송비도 없다"고 말했다. 이사 준비로 가구를 둘러보러 온 D씨도 "한 장소에서 여러 가구를 동시에 살펴볼 수 있어서 아현동 가구거리를 찾았다"고 했다.

종합가구점을 운영하는 C씨는 "서울·경기권 손님들에겐 따로 배송비를 받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가구거리 밖 가게들도 상황은 비슷했다. 아현 고가도로 인근에서 이불가게를 운영하는 김옥림씨(54)는 "3년 전에 비해 월매출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 이케아가 생기며 사람들이 그곳을 많이 찾는 것 같다"며 "사람들이 결혼도 안 하고 혼수도 잘 안 해 더욱 이곳에 오지 않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재개발 이슈·인터넷 쇼핑도 영향

아현동 가구거리의 쇠퇴 이유는 다양하다. 이케아 등장 외에도 이 지역의 재개발 문제와 인터넷 쇼핑의 활성화가 상권을 더욱 옥죄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현동 가구거리 인근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박장수씨는 "아현동 가구거리는 2006년에 북아현뉴타운으로 지정된 북아현2구역과 건녀편 지구단위계획구역 사이에 위치했다"며 "곧 허물어질 건물에 인테리어를 젊은 사람 입맛에 꾸미는 등의 투자를 하는 점주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사를 접고 가게를 내놓은 곳이 이미 많다"며 "남아계신 분들은 대부분 오래 전부터 장사를 해 온 고령층"이라고 덧붙였다.

소비자들이 온라인 쇼핑으로 몰리고 있다는 점도 이 지역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실제 온라인을 통한 가구 구매 성장률은 가파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9월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가구 분야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2765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4.6% 늘어났다.
매년 두 자릿수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가구 분야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3조1334억원으로 전년(2조6118억원) 대비 20% 가량 올랐다. 가구 온라인 쇼핑 규모는 올해 9월까지 누적 거래액 2조4543억원을 달성, 지난 해 수준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용안 인턴기자psy@fnnews.com 박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