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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버스터 볼모로 잡힌 민식이법… 민생법안 처리 난항

김학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29 18:00

수정 2019.11.29 18:00

"패트 철회·친문 국조 수용을"
나경원, 여론 비난에도 강행
예산안·데이터3법 등도 제동
자유한국당이 29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지정된 선거법 개정안을 막기 위해 합법적 의사진행방해 카드인 필리버스터를 꺼내들었다.

어린이 교통안전 강화를 위한 '민식이법'을 비롯해 유치원 3법 등이 이날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었지만 한국당은 선거법 개정을 막겠다는 일념으로 필리버스터로 본회의를 봉쇄시켰다.

다만 한국당은 여론의 비난을 의식한 듯 주요 민생법안과 처리가 시급한 법안을 먼저 처리하자고 제안했으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필리버스터 철회를 요구하면서 결국 본회의는 무산됐다.

물밑에서 패스트트랙에 담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법과 검경수사권 조정, 연동형비례제를 적용한 선거법 개정안을 놓고 여야가 협상을 벌여왔으나 이를 저지하기 위한 한국당의 필리버스터에 정국은 벼랑 끝으로 달려가고 있다.

■직진 나경원 "저항의 시간 왔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 저항의 준엄한 대장정을 막을 수 있는 것은 바로 불법 패스트트랙의 완전한 철회 선언과 친문게이트 국정조사 수용"이라고 요구했다.

이번 정기국회 기한인 내달 10일까지 한국당 의원들 전원이 나서 필리버스터에 나서 문 의장의 선거법 개정안 직권상정을 막겠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나 원내대표는 선거법 상정을 막겠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여론의 비판에도 '직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나 원내대표는 문희상 국회의장이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신청 직후 본회의를 거부한 것과 관련, "선거법을 상정하지 않는 조건이라면 저희가 필리버스터 신청한 것에 앞서 민식이법 등을 먼저 상정해 통과시켜줄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안건 순서를 변경해 처리할 법안부터 먼저 통과시킨 뒤 필리버스터에 응한다는 것이다.

나 원내대표는 '민식이법이 선거법 개정안을 막기 위한 협상 카드냐'는 비판에 "그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필리버스터 부분에 인정해주면 다른 것은 언제든 할 것"이라며 "필리버스터 시작이 중요하다. 선거법 직권상정을 안해주면 필요한 법은 다 통과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문 의장은 3당 원내교섭단체 대표들과 회동한 자리에서 이날 본회의 개최에 대해 강력 거부했다.

민주당과 대안신당, 정의당 등도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본회의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내달 10일까지 필리버스터로 선거법 개정안을 막겠다는 한국당의 전략이었으나 일단 본회의가 무산되면서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법안 볼모 논란 불거질 듯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전략으로 내년도 예산안과 각종 민생법안 처리는 일단 제동이 걸렸다.

여야 3당 원내대표가 처리에 합의했던 '데이터 3법' 중 개인정보보호법과 신용정보법이 해당 상임위는 통과했으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멈춰서면서 법안 처리는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그러나 어린이 교통사고 피해자 유가족들이 간곡하게 호소해왔던 일명 '민식이법'으로 불리는 도로교통법 개정안 등은 본회의에 올라있었으나 이날 필리버스터 논란에 처리가 무산됐다.

나 원내대표 측은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안건중에 민식이법은 해당되지 않는다"며 "아직까지 본회의를 열지 않고 있는 국회의장과 민주당이 민식이법 처리를 막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입장에도 유가족들은 나 원내대표실 앞에서 오열하면서 한국당의 입장에 강력 항의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선거법을 막겠다는 계획으로 여론의 비판을 무릅쓰고 강경하게 나온 것"이라며 "시급한 법안들은 선거법 논란이 끝난 이후 한달 뒤에 처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의장과의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한국당도 문제지만 한국당을 반개혁세력으로 몰아넣은 민주당에도 책임이 있다"며 "3당으로서의 한계를 느낀다.
국회 정상화를 위해 노력했으나 역부족으로 끝났다"고 양당을 싸잡아 비판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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