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외교/통일

사드 이어 INF..미·중에 韓 외교 눈치싸움 돌입?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30 07:30

수정 2019.11.30 08:31

왕이 中외교부장, 내달 초 방한, INF 압박할 듯
사전적·예방적 차원에서 미리 韓 압박할 가능성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과 밀접한 한국의 입장
미·중 간 패권 경쟁의 틈 속에서 韓 눈치싸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사진=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이후로는 처음으로 오는 12월 4~5일 공식 방한을 하면서 우리 외교는 또 다시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미·중 사이에서 눈치 싸움을 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왕 부장은 이번 방한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만나 사드 이후 보복 조치 철회에 대한 논의를 하고, 최근 미국이 러시아와의 중거리핵전력(INF) 조약 탈퇴 이후 동아시아에 중거리 미사일 배치하는 것과 관련, 한국에 배치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전할 가능성이 높다.

외교부는 왕 부장의 방한 소식을 전하면서 한·중 관계의 발전을 위한 양국 간 소통 강화를 통해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내실화할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지만 물밑에서는 중국의 안보와 직결되는 INF 이야기가 오갈 개연성은 충분한 상황이다.

미국이 러시아와의 INF 조약을 탈퇴했지만 정작 미국의 칼날은 중국을 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미국은 다시 만든 중거리 미사일(사거리 500km 이상 5500km 이하)을 한국과 일본, 알래스카와 괌, 호주에 배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만약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이 한국에 배치될 경우 한국과 중국의 가까운 거리를 고려할 때 중국의 수도권과 경제가 고도로 발전한 중국 동부 해안지방 대부분이 사정거리 안에 들어가게 된다.
중국의 턱 밑에 전에 없던 예리한 단도가 생기는 것이다.

최근 미·중이 장군과 멍군을 주고받으며 벌이고 있는 무역 분쟁, 미국의 새로운 패권 전략인 '인도태평양전략'의 내용을 보면 미국의 새로운 도전자이자 경쟁자, 가상 적국은 누가 뭐라고 해도 중국이다. 미국의 중국 옥죄기는 앞으로도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미국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연장을 우리 정부에 강력히 촉구하며 종료 쪽으로 기우는 정부에 대해 "실망이고 우려 된다"는 이례적 반응을 보인 것도 북·중·러, 특히 그 중에서도 중국에 대한 견제를 염두에 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방어적' 성격의 사드 배치에도 신경질적 반응을 보이며 '한한령(限韓令)'을 내렸지만 공격성이 다분한 중거리 미사일이 한국에 배치된다면 사드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중국의 강력한 압박은 불가피하다.

따라서 이번 왕 부장도 방한도 공식적 이유와는 별도로 향후 한·중 관계의 큰 쟁점이 될 수 있는 INF 문제를 미리 논의하기 위한 측면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사드 이후 보복조치의 철회와 이 문제를 엮어 회유와 협박을 쓰는 전략을 쓸 가능성이 높다.

【미사일방어국·AP/뉴시스】미국 미사일방어국은 3월25일 캘리포니아 반덴버그공군기지에서 발사된 미사일 2기가 모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동시다발로 요격하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공군기지에서 지상기반 요격미사일이 발사되는 모습. 사진은 미사일방어국이 제공한 것이다.2019.03.29 /사진=뉴시스
【미사일방어국·AP/뉴시스】미국 미사일방어국은 3월25일 캘리포니아 반덴버그공군기지에서 발사된 미사일 2기가 모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동시다발로 요격하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공군기지에서 지상기반 요격미사일이 발사되는 모습. 사진은 미사일방어국이 제공한 것이다.2019.03.29 /사진=뉴시스
한국의 안보는 동맹인 미국과 밀접한 관계가 있지만 경제적 측면에서 중국의 입지는 절대적이어서 중국의 목소리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CIA 월드팩트북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기준 한국의 수출과 수입에서 홍콩을 제외한 중국의 비중은 각각 25.1%, 20.5%로 나타났다.


INF 조약 탈퇴 이후 실제 중거리 미사일의 배치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았지만 역내 패권을 견고하게 다지고 도전자인 중국을 제압하기 위한 미국, 초강대강으로 부상해 중국몽(中國夢)을 실현하려는 중국의 사이에서 한국 외교의 눈치 싸움은 이미 시작된 셈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INF는 미국이 아직 미사일을 개발하지도 않은 상호아에서 중국이 이야기를 꺼내긴 너무 이른 측면이 있다"면서 실제로 중국이 INF와 관련된 이야기를 꺼낼 경우 이는 사전적·예방적 차원의 압박이라고 설명했다.


신 센터장은 "사드 때도 그랬지만 중국은 타국의 주권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 지적을 했듯 이번에도 비슷한 행동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아직 미국도 배치 자체를 한국에 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니고 여러 가지 않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왕이 #중국 #INF #미사일 #사드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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