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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드브릭 "우리 게임이 도박이라는 게임위 결정, 납득할 수 없었다"

허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02 11:11

수정 2019.12.02 17:46

게임위 등급거부 판정에 이의신청 준비 중인 신휘준 대표 "우리 게임이 도박 아니란 점은 증명하고 싶어" 해외는 이미 블록체인 게임 인정, 머뭇거리다 기회 놓친다


“한국에 게임을 출시하려면 게임물관리위원회 등급분류 심사를 받는 것이 규정이다. 우리는 한국 기업이고 한국에서 게임을 개발하고 있으며, 당연히 한국 서비스를 하고 싶다. 규정을 지키기 위해서 심의를 신청했다. 게임위가 우리 게임을 사행성 게임이라고 판단했는데, 납득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이의신청을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


신휘준 노드브릭 대표는 요즘 국내외 블록체인 게임 업계 관계자들에게 위로를 듣느라 바쁘다.

노드브릭은 한국 블록체인 게임사로는 처음으로 ‘인피니티스타’의 게임위 등급분류 심의를 신청했고, 두달이 넘는 심의 기간을 거쳐 지난달 등급분류 거부 판정을 받았다.


등급거부 소식은 해외 블록체인 미디어를 통해 해외 각지로 퍼져나갔다. 이미 인피니티스타를 즐기고 있는 미국, 일본의 이용자들도 트위터 등 커뮤니티를 통해 게임위의 결정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위로를 전해왔다.


2일 파이낸셜뉴스 블록포스트와 만난 신휘준 대표는 “한국에서 나온 기사를 보고 미국이나 일본 이용자에게 위로 받기는 게임업계 경력 중 처음”이라며 허탈하게 웃었다. 신휘준 대표는 ‘뮤’로 잘 알려진 웹젠에서 게임서비스본부장, 경영전략본부장 등을 지낸 오랜 ‘게임맨’이다.


■규제 염두에 두고 보수적 접근했는데 사행성이라니…


신 대표는 블록체인 게임사 노드브릭을 창업한 뒤 지난 5월부터 ‘인피니티스타’ 개발에 착수했다. 당시엔 블록체인 관련 인프라가 모두 웹이었기 때문에 PC 웹게임으로 게임을 개발했다. 그런데 이 결정이 신 대표의 발목을 잡은 격이 됐다. 모바일게임은 자율등급분류 제도를 활용해 게임을 출시할 수 있지만 웹게임은 반드시 게임위의 사전심의를 받아야 한다.


신휘준 노드브릭 대표가 파이낸셜뉴스 블록포스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노드브릭 제공
신휘준 노드브릭 대표가 파이낸셜뉴스 블록포스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노드브릭 제공

신 대표는 “글로벌 시장에 출시하는 게임이기 때문에 각국 게임규제를 사전에 검토하고 최대한 보수적으로 게임을 개발했다”고 했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는 확률형 아이템을 팔 수 없도록 하기 때문에 아예 이런 형태의 아이템을 배제했다. 또 한국에서는 거래 가능성 때문에 게임 내부 거래소나 중개 알선 등 일체 거래 관련 행위를 하지 않도록 했다. 혹시 모를 청소년 보호 문제의 소지도 없도록 성인 이용가로 심의를 신청했다.


그럼에도 게임위는 인피니티스타를 사행성이 있다며 등급분류 거부 판정을 내렸다. 신 대표는 “마음고생이 심하다”며 “게임위의 입장도 이해는 하지만, 사행성이나 우연성 등 이런 애매한 문구가 아니라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주고 이에 맞추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닐까”라고 토로했다.


■블록체인 게임은 진화 중, 해외서는 이미 자리잡고 있다


신 대표는 현재의 모바일게임과 비교해서 인피니티스타의 퀄리티가 낮아 보이는 것은 인정한다고 했다. 하지만 기존 블록체인 게임들과 비교하면 인피니티스타는 가장 기존 게임과 비슷한 형태라는 것이 신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초기 모바일게임도 디바이스 성능 등으로 인해 한계가 있었던 것처럼 블록체인 게임도 초반에는 퀄리티가 낮을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희망적인 것은 점차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며, 어느 순간이면 모바일게임과 블록체인게임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합쳐질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신 대표는 이미 해외에서 블록체인 게임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중국에서는 텐센트가 선보인 블록체인 게임 ‘일기래착요’가 최고 매출 4위를 기록했다. 일본에서는 (게임위가 문제 삼았던) 대체불가능한토큰(NFT) 아이템은 암호화폐가 아니라는 명확한 규정이 나왔다. 덕분에 10개가 넘는 개발사들이 대거 블록체인 게임 개발에 착수했다. 미국에서는 크립토키티 개발사로 잘 알려진 대퍼랩스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반 카드배틀 게임 ‘갓스언체인드’ 역시 북미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이용자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신 대표는 “중국 개발사에는 물량에 밀렸고, 미국 개발사에는 참신성에서 밀리면서 한국 중소 게임 개발사의 활로는 보이지 않는다”며 “한국 개발사의 장점은 아무래도 속도인 것 같다. 아직 미성숙한 시장(블록체인 게임시장)이라도 제도적인 지원으로 개발사가 해외시장에서 합법적인 사업자라는 지위를 가지고 빠르게 대응할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격차 벌어지면 뒤집기 불가능, 시장 선점이 핵심


최근 여러 블록체인 게임들이 지금 강조하는 것은 ‘이용자가 생산한’이다. 블록체인 게임 프로젝트들이 강력한 이용자 커뮤니티를 보유하고 있고, 이 커뮤니티에서 이용자들이 새로운 게임을 제작한다거나, 새로운 이벤트를 만드는 등 적극적인 참여가 이뤄지고 있다. 신 대표는 그래서 게임위의 결정이 더 아쉽다고 했다.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지난달 20일 블록체인 게임 '인피니티스타'의 등급거부 판정을 최종 확정했다. /사진=게임물관리위원회 홈페이지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지난달 20일 블록체인 게임 '인피니티스타'의 등급거부 판정을 최종 확정했다. /사진=게임물관리위원회 홈페이지

그는 “블록체인 게임 성공의 기준은 이용자들의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이며, 이 말은 결국 한번 격차가 벌어지면 뒤집기가 정말 어려워진다는 의미”라며 “지금 한국이 일본, 중국, 미국에 뒤쳐지면 따라잡을 수가 없다. 리니지가 20년 가까이 한국 게임 시장을 주름잡는 것도 결국 ‘린저씨’들을 선점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또 그는 “게임위가 사행성 이슈를 걱정하는 것 같은데 블록체인 게임이 서비스되면 아마 초기에는 웹게임보다 시장이 작을 것이다. 게임을 하기 위한 지갑인 메타마스크나 NFT를 알고 있는 게이머가 몇이나 되겠느냐”며 “일단 허용하고 시장이 커가면 그때 제도적 가이드라인으로 다듬을 수 있는데 애초에 싹을 잘라버린 것이 너무 아쉽다”고 호소했다.


◼우리 게임이 도박 아니라는 점 증명하고 싶다


신 대표는 최근 블록체인 모바일게임들이 자율등급분류 사업자를 통해 한국 시장에 출시되고 있는 것을 보면 허탈하다고 했다. 차라리 인피니티스타를 빨리 모바일게임으로 빨리 전환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속내도 털어놨다.


그는 “규정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사업자가 오히려 피해를 보는 이상한 상황이 된 것 같다”고 호소했다. 사업을 확장하고, 글로벌 시장에도 대응해야 하는 시간을 게임위 심의절차를 위해 써야 하는 작은 개발사의 어려움도 토로했다.


노드브릭이 개발한 블록체인 게임 '인피니티스타'의 캐릭터 선택 화면. /사진=인피니티스타 게임 화면
노드브릭이 개발한 블록체인 게임 '인피니티스타'의 캐릭터 선택 화면. /사진=인피니티스타 게임 화면

그럼에도 그는 자식 같은 ‘인피니티스타’가 도박 취급을 받는 것을 견디기 힘들어하는 것 같다.

그는 “(인피니티스타는) 캐릭터를 수집하고 아이템을 수집, 강화하고 이용자의 투입 시간과 경험에 따라 캐릭터가 성장하고 강해지는 전형적인 역할수행게임(RPG) 이라며 “우연성에 좌우되는 확률형 아이템도 팔지 않으며 게임 내 어떤 형태의 거래 기능도 제공하지 않고, 성인 이용가로 심의를 신청했다. 도대체 어떤 점이 사행성인지 이해가 안된다.
그래서 이의신청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jjoony@fnnews.com 허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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