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먹여주고 재워줄게"… 포털 한 곳에 가출 검색하니 관련 카페만 80개

김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03 17:58

수정 2019.12.03 22:09

숙식 미끼로 청소년들 유혹
성매매 알선 등 범죄로 이어져
포털사이트 A가출카페 게시글 일부 화면 캡쳐
포털사이트 A가출카페 게시글 일부 화면 캡쳐
"14살 여자인데 가출하면 뭐부터 해야 되나요?"

온라인 상에 동거인을 찾거나 도움을 요청하는 이른바 '가출카페'가 범죄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성인이 가출 청소년을 대상으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대가로 성폭력을 저지를 경우 처벌이 가능하도록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아청법)'을 개정했지만 청소년들을 향한 검은 손길은 그치지 않고 있다.

■하루 평균 방문자 수 1000명 훌쩍

3일 국내 대형 포털사이트에서 '가출' 단어를 검색한 결과 관련 카페 80개가 검색됐다. 해당 카페들 가운데 일부는 회원이 1만4000여명에 달하는 등 규모로, 1일 평균 방문자수도 1000명을 넘어섰다. 이들 카페는 '가출팸(가출 청소년들이 함께 생활하는 무리를 뜻하는 말) 친구만들기' 등의 내용으로 가출 정보를 교환하는 카페로 확인됐다.

이들 카페에는 일자리 제공을 비롯해 숙식 제공 관련 글들이 게재돼 있었다.


가출로 돈이 필요한 청소년들을 현혹하거나 '헬퍼(도움을 주는 사람)'라는 은어로 '도움을 주면 숙식을 제공한다'는 게시글도 이어졌다.

이와 관련,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전달책을 모집하는 광고글로 의심이 된다"고 전했다. 또 '자매 또는 남매처럼 지낼 여성분을 구한다'는 제목의 글에는 가족처럼 같이 밥먹고 지내면 되니 함께 살자는 내용이 담겨져 있었다.

이들은 '편하게 연락달라'며 텔레그램, 라인 등 메신저로 유도했다. 온라인 카페상에 댓글 등을 통한 유인으로 자칫 성매매 알선 등 불건전한 내용일 경우 신고당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가출카페 '헬퍼'…"그루밍 가능성"

시민단체는 이 같은 내용의 글들이 결국 '성범죄'로 이어지게 된다고 경고했다.

여성인권 시민단체 십대여성인권센터 관계자는 "가출 관련 카페 내 게재된 글을 보면 명확한 내용은 없지만 그루밍일 가능성도 있고 의심도 되나 개인쪽지를 통해 유인이 이어지기 때문에 확실하지는 않다"면서도 "'헬퍼'도 특정할 수는 없지만 범죄로 이어지는 그 흐름은 매한가지로 보여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어 "가출한 청소년들이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잠자리와 먹거리인데 이를 제공하겠다는 내용을 미끼로 이용해 범죄가 많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가출 관련 카페 내 게시글에 대한 신고 등이 늘어나 관리가 이어지자 최근에는 표현의 자유로 관리감독이나 제재가 불가한 개인쪽지 형태의 채팅앱으로 흐름이 바뀌고 있다"고 덧붙였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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