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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구글 경영진 혁신, 그 뒤에 차등의결권 있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05 17:42

수정 2019.12.05 17:42

창업자 2인 경영권 확보
한발 물러나 신사업 모색
구글제국을 건설한 40대 창업자 둘이 3일(현지시간) 현직에서 물러났다. 구글 지주사인 알파벳은 이날 래리 페이지(46)가 알파벳 최고경영자(CEO)에서, 세르게이 브린(46)이 알파벳 사장에서 각각 물러난다고 발표했다. 현 구글 CEO인 순다르 피차이(47)가 알파벳 CEO를 겸직한다. 알파벳 사장직은 없어진다.

구글의 세대교체는 파격적이다. 구글은 올해로 겨우 창업 21년째다.
공동창업자인 페이지와 브린은 세계적인 기업을 이끄는 경영자치곤 아직 젊다. 하지만 둘은 일선에서 물러나는 결단을 내렸다.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두 사람은 "이제는 매일 잔소리하는 부모가 아니라 옆에서 조용히 충고하고 보듬는 부모의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성공한 벤처 창업가의 조기 은퇴는 드문 일이 아니다. 원조 벤처 마이크로소프트(MS)를 세운 빌 게이츠 역시 지난 2000년 45세에 CEO 자리를 내놨다. 이후 억만장자 게이츠는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통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박애주의자로 거듭났다. 중국 알리바바를 세운 마윈(55)이 올가을 회장직에서 물러난 것도 특기할 만하다. 마윈은 게이츠를 인생 모델로 삼고 있다.

구글 창업자의 자발적 퇴진과 경영진 교체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요소가 있다. 바로 차등의결권이다. 15년 전 기업공개(IPO) 때 구글은 페이지·브린 두 창업자에게 차등의결권을 부여했다. 두 사람이 보유한 주식은 1주당 10주의 의결권을 갖는다. 이 덕에 페이지·브린은 현직에서 물러나도 여전히 알파벳 이사회에서 절반 넘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앞으로 두 사람은 경영권 걱정 없이 홀가분한 마음으로 신사업을 모색할 기회를 얻었다.

국내에서도 차등의결권을 도입하자는 논의가 오갔다. 더불어민주당 최운열 의원은 지난해 8월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올 9월엔 홍남기 부총리가 "비상장 벤처기업에 한해 엄격한 요건 아래서 차등의결권 주식 발행을 허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이렇다 할 진척은 없다. 국회 산업통상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지난달 하순 중소벤처소위를 열고 관련법 개정안을 논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차등의결권은 특혜가 아니라 도전을 두려워 하지 않는 기업가정신에 대한 보상이다.
경영권 걱정은 접고 그 대신 혁신에만 전념하라는 격려다. 이는 문재인정부의 혁신성장 전략과도 일맥상통한다.
구글의 경영진 교체에서 놓쳐선 안 될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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