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행들 ‘감원 공포’… 올들어 6만명 ‘칼바람’

수익성 악화에 비용절감 ‘고육책’
규제 강화에 브렉시트 혼란까지
獨 도이체방크 1만8000명 ‘최다’
英 HSBC도 구조조정 준비 한창
상위10곳 직원수 10년새 20%↓
은행동맹 가능성 "한파 더 세질듯"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도이체방크 본사. 로이터 뉴스1
유럽 은행 직원들이 올해 대규모 감원으로 공포에 떨었지만 이같은 감원 흐름은 앞으로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유럽 은행들은 올들어 계속된 실적 악화 속에 모두 6만여명 감원에 나섰다. 고질적인 수익성 악화에 맞서 비용을 줄이기 위한 고육책이다. 수익성 악화는 여러 요인들이 겹친데 따른 것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오랜 마이너스 기준금리로 예대마진이 크게 줄었고, 경제성장 둔화로 투자 수익 역시 신통치 않았던데다 채권 회수가 어려운 부실대출도 증가했다. 또 정치적으로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가 영국 내부 혼란과 EU와 갈등 속에서 심각한 불확실성으로 작용했고,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강화된 금융규제는 금융불안을 잠재운 반면 은행들의 손발을 묶어 수익성 악화를 불렀다.

이는 은행들의 대규모 감원으로 이어지고 있다. 독일, 영국, 프랑스, 스페인, 스위스 등의 은행들이 올들어 발표한 감원 규모는 6만명이 넘는다. 최대 감원은 독일 최대 은행 도이체방크였다. 코메르츠방크와 합병이 불발된 뒤 1만8000명을 해고했다. 투자은행 부문을 폐쇄했고, 부실채권 2880억유로를 흡수하는 '배드뱅크'도 만들었다. 프랑스에서는 소시에테제네럴(SG)이 주식·트레이딩 부문 직원의 약 8%인 1600명을 해고했고, BNP파리바는 6억유로 비용절감과 '극심한 시장환경'을 이유로 자기매매 부문을 폐쇄했다. '오페라(Opera)'로 명명하며 야심차게 도입한지 10년도 안돼 사업을 접었다.

영국도 은행부문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영국 최대 은행 HSBC의 노엘 퀸 임시 최고경영자(CEO)는 수천명 감원으로 이어질 과감한 구조조정 계획을 준비 중이다. 전임자는 구조조정 칼바람을 몰고 올 결단력 부족으로 해고된 바 있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HSBC는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는 2년 뒤 전체 직원 23만8000명 가운데 상당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HSBC는 미국내 위험비중이 높은 자산을 매각하고, 프랑스의 은행점포를 비롯한 일부 사업부문을 매각할 예정이다. 또 이탈리아 최대 은행 유니크레디트 역시 3일 500개 점포 폐쇄와 직원 8000명 감원 계획을 발표했다. 10억유로 비용절감이 목표다.

유럽 은행들의 감원이 줄을 이으면서 시가총액 기준 유럽 상위 10개 은행들의 직원 수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 비해 20% 줄었다. 미국도 구조조정이 이뤘지만 유럽 은행들에 비해 감원 규모는 훨씬 적었다. 지난 10년 감원 규모는 7% 수준에 불과했다. 금융위기 초기 신속한 구조조정과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인상 등 덕에 은행들이 빠르게 제 자리를 잡으면서 수익성이 높아진 덕이다.

그렇다고 감원 칼바람이 끝난 것은 아니다. 더 추운 한파가 예고되고 있다. 유로존(유로사용 19개국) 회원국들의 은행동맹 반감이 완화되면서 출범 가능성이 높아지는게 배경 가운데 하나다. 은행동맹 가능성이 높아지면 은행들의 유로존내 다국적 합병이 쉬워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중복된 사업부문이 합쳐져 대규모 감원이 뒤따르게 된다. 게다가 은행업무 자동화 흐름도 창구직원 등의 감원 흐름을 부르고 있어 감원바람은 앞으로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유로존의 마이너스 금리 등에 따른 실적악화 우려도 겹친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최근 전세계 은행들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춰 신용등급 하향 조정 가능성을 열어뒀다. 무디스는 특히 유로존 은행들의 경우 대규모 감원에도 불구하고 중기적으로 다른 나라 은행들과 수익성 격차가 확대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