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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소액주주운동, 이제는 친숙해진 권리 찾기 캠페인

김정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09 17:28

수정 2019.12.10 10:38

[기자수첩] 소액주주운동, 이제는 친숙해진 권리 찾기 캠페인
개미 투자자(소액주주)들이 권리 찾기에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 회사 대표와 경영진에게 장기간 이어진 실적 부진의 책임을 묻고 이들을 대체할 경영 전문가를 추천하는 등 개미들의 적극적인 행보가 눈에 띈다.

최근 코스닥 상장사 메이슨캐피탈 소액주주들은 수년간 적자에 허덕인 회사를 향해 경영 현황을 공개하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표를 결집해 경영참여에 나서기로 했다. 이들은 오는 19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회사가 상정할 안건에 모두 반대할 계획이다. 회사는 이번 주총에서 윤석준 대표이사의 연임 안건과 조상범 동양비엠디 대표이사의 사외이사 선임 안건을 올릴 예정인데, 소액주주들은 다른 후보들을 이사로 선임하는 내용의 주주제안으로 맞불을 놨다.

금융리스업 등을 영위하는 메이슨캐피탈은 2016회계연도(2016년4월~2017년 3월) 이후 3년 연속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이미 1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코스닥사가 4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5년 연속이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된다. 소액주주들은 현 경영진의 폐쇄적 경영이 상장폐지 위기로 몰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번 주주제안은 단순한 엄포가 아니다. 회사가 주주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소액주주들은 이사·감사 선임 등을 위한 주총 소집, 회계장부 열람 등 보다 적극적인 주주활동에 나서기로 했다.

회사 측은 공식대응을 삼가고 있지만 적잖이 놀란 눈치다. 임시 주총 때 주주들에게 회사의 현황을 설명하겠다고 밝혔지만, 뿔난 주주들을 달랠 당근을 내놓을지는 미지수다.

소액주주들이 회사와 맞대결을 선포한 사례는 더 있다. 코스닥사 코닉글로리의 소액주주들도 회사의 경영 방식에 반발해 지난달 지분 5%를 획득하고 경영참여를 선언한 상태다. 전 대표의 횡령·배임 혐의로 거래가 중단된 녹원씨엔아이 역시 소액주주들이 주식 위임을 통해 2대 주주까지 올라섰다.

앞서 대한항공의 소액주주들은 올해 정기 주총에서 외국인, 국민연금과 손잡고 한진가(家)를 견제하는데 성공했다. 셀트리온은 소액주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코스닥 시장에서 코스피로 옮겨가기도 했다. 회사는 더 이상 소액주주들의 의견을 무시하기 어려워졌다.

그러나 현행 상법은 이런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 주주들의 반감을 사는 회사일지라도 여전히 훨씬 수월한 위치를 보장받는다. 상법상 주주제안은 주총 6주 전까지 해야 받아들여지지만 회사는 주총 공고는 개최일 2주 전에만 하면 된다. 메이슨캐피탈의 주주제안이 주총 안건으로 채택되지 못한 이유다.
표 대결이 필요한 경우 회사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여건인 셈이다. 법 개정 논의를 해야 할 시점이 됐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실적으로 회사와 주주 간 똑같은 기준을 적용하긴 어렵다고 해도 2주와 6주는 차이가 크다"며 "주주제안을 활성화하는 측면에서 6주를 4주로, 혹은 그 절반인 3주 정도로 줄이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map@fnnews.com 김정호 증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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