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외교/통일

北 'ICBM'카드가 불러올 최악 시나리오 셋 [기로에 선 북미관계]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09 18:27

수정 2019.12.10 09:45

① 北, 협상력 확대 노리나…
관심 환기시키려 도발수위 높이다 '화염과 분노'올 수도
② 美, 北 고사작전 고려…
본토 위협 지속된다면 해상봉쇄 등 강력한 추가 제재 실행
③ 北, 전략적 지위 변화…
무기 확장성 통해 새로운 길 꾀하지만 비핵화 신뢰 잃게 돼
'연말 시한'을 앞둔 북한이 미국 측의 금기어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카드를 꺼내든 것에 대해 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적대행위를 하면 모든 것을 다 잃을 수 있다"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면서 북·미 관계가 중대기로에 섰다.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북한의 ICBM 카드가 구체화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외교 성과는 무위로 돌아가게 된다. 재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과 '새로운 길'을 간다는 김 위원장이 충돌할 경우 북·미 관계는 2018년 이전 '화염과 분노' 상황으로 회귀할 우려가 높다.

ⓛ北, ICBM 카드 사용할까

북한이 ICBM 실험 발사에 나설 가능성에 대해 전문가들은 현재로선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 테이블을 깨버리는 초강수를 둘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북한이 원하는 대북제재 완화 및 해제, 체제 안전보장 등을 해줄 수 있는 유일한 나라가 미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동안 북한이 보였던 행보를 고려하면 전격적 ICBM 실험 발사를 통해 '새로운 길' 돌입 가능성을 완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ICBM 발사 가능성이 과거보다 높아졌다"며 북한이 도발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며 대미압박에 나선 것으로 분석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이 동창리에서 무슨 실험을 했는지 밝히지 않고 있지만 그동안 기술적 미비가 있을 것이라는 대기권 재진입 기술과 관련된 것이라면 미국을 위협할 수 있고 언제든 ICBM을 쏠 수 있는 카드를 쥘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이번 ICBM 카드를 통해 미국의 관심을 다시 환기시켰다. 북·미 대화가 교착상태에 빠졌고 트럼프 대통령마저 재선 국면에서 악재가 될 북한에 대한 관심을 껐었지만 이번 카드를 통해 북한은 미국을 자극하고, 협상력을 확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②美선택지는?…"북, 고사작전 펼 것"

본토를 공격당할 수 있다는 위협은 미국도 쉽게 넘길만한 문제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동창리 실험 발표 이후 '경거망동을 할 경우 모든 것을 잃을 수 있고, 김 위원장은 똑똑한 사람'이라고 한 것은 북한의 돌출행동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성격이 있다.북한이 ICBM 실험 발사를 하며 상황을 '화염과 분노' 상황으로 가져가며 비핵화 테이블을 엎을 가능성은 적지만 미국을 직접 자극하는 ICBM 카드를 흔들 경우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도 북한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할 수 밖에 없다. 박원곤 교수는 "ICBM 위협이 지속된다면 우선 미국은 현 수준을 뛰어넘는 더욱 강력한 경제제재를 통해 북한을 압박할 것"이라며 "지난 5월 이후 미국은 북한에 대한 추가제재를 자제했는데, 이를 강화할 수 있고 미국이 북한에 쓸 제재카드는 아직도 많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상황이 더 심각해지더라도 미국은 직접적인 군사적 대응보다는 북한을 더욱 옥죌 가능성이 큰데, 북한의 해안을 막는 해상봉쇄 정책과 함께 중·러를 압박해 지원을 막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군사적 대응보다는 고사(枯死) 전략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이다.

③北 속내는 뭔가

북한은 지난 8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국방과학원 대변인 담화를 보도하면서 "서해위성발사장(동창리 시설)에서 중대한 실험을 진행했고, 이 결과는 북한의 전략적 지위를 변화시키는데 중요한 작용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8일(현지시간)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국제연구소 비확산센터장은 트위터에 평안북도 동창리 시설을 촬영한 민간 상업위성 플래닛의 사진을 공개했다. 제프리 센터장은 분사된 배기가스로 지표면이 흐트러졌다면서 북한이 로켓엔진을 실험했다고 설명했다. 동창리 시설이 북한 ICBM의 요람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어떤 실험을 했든 미국과 지역 안보에는 큰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번 실험을 두고 기민한 대응이 가능한 고체연료 실험이냐, 재진입 기술 확보를 위한 실험이냐를 두고 전문가들이 갑론을박하고 있다.
박 교수는 "최근 북한이 KN23 미사일 실험과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북극성 계열 미사일 실험을 통해 고체연료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는데, 무기의 확장성을 고려하면 ICBM 고체연료 발사기술을 얻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9일 북한은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 담화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참을성 잃은 늙은이'라고 비난하며 '연말 시한' 내 새로운 해법을 들고 나올 것을 재차 종용했다.
그는 "우리는 잃을 것이 없는 사람들이고, 연말이 다가오고 있다"면서 "격돌의 초침을 멈춰세울 의지와 지혜가 있다면 고민과 계산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협박성 표현을 고르는 것보다 현명한 처사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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