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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서 청년사업가 키우며 '마지막 불꽃' 태워 [김우중 前 회장 별세]

최갑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10 17:56

수정 2019.12.10 17:56

2009년부터 인재육성 매진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말년을 베트남에서 후진 양성에 쏟았던 열정도 새삼 회자되고 있다.

대우그룹 출신들이 설립한 대우세계경영연구회 관계자는 10일 "김 전 회장은 베트남을 '제2의 고향'처럼 푸근하게 느끼셨다"고 전했다. 김 전 회장은 1986년 베트남이 시장경제를 받아들여 경제발전을 추진한 '도이머이(새롭게 바꾼다는 뜻)' 정책이 지지부진한 시기 가장 먼저 현지에 진출한 해외 대기업 총수였다.

김 전 회장은 대우그룹 사태로 1999년 10월 해외로 도피했다가 2005년 6월 귀국할 때까지도 상당 기간을 베트남에 체류했다. 당시 베트남 정부가 인터폴에 수배된 김 전 회장을 사실상 보호하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나올 만큼 현지 정·관계와 깊은 인맥을 구축했다.

2008년 1월 특별사면된 김 전 회장이 해외로 나갔다가 지난해 하반기 건강악화로 귀국할 때까지 주로 머문 곳도 막내아들 소유의 베트남 하노이 번찌 골프장 숙소였다.


특히 김 전 회장은 2009년 전직 대우인들이 대우세계경영연구회를 만들고 대우 정신을 이어가기 위해 추진한 글로벌 청년사업가 양성사업(GYBM·Global Young Business Manager)의 첫 대상지로 베트남을 꼽았다.

김 전 회장은 "앞으로 베트남이 가장 빨리 성장할 것"이라며 해외진출을 꿈꾸는 후배들을 위해 GYBM 거점으로 베트남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GYBM은 해외 대학과 협력해 현지에서 우리나라 청년들을 교육하고 해당 국가에 취업시키는 프로그램이다. 중급 이상의 어학능력을 갖춰 현지 기업에서 경험과 실력을 쌓아 창업까지 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한다는 목표를 세워 '김우중 사관학교'로도 불린다. GYBM은 2011년 베트남에서 1기 40명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베트남과 미얀마, 인도네시아에서 1000여명의 글로벌 인력을 배출했다. 올해도 150명을 선발해 지난 7월부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생전에 "청년들이 해외에서 창업하고, 수출하는 게 좋은 방향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이런 과정을 하다 보면 우리나라는 해외에서 많은 네트워크가 생기고, 그 나라에서 수출을 늘리고, 지점이 생겨서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GYBM에 강한 애착을 보인 김 전 회장은 지난해 저서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증보판을 내면서 받은 인세를 이 사업에 보탠 것으로 알려졌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이날 추도사를 통해 "좁은 이 땅에서 벗어나면 세계에 희망이 있다던 큰 뜻을 저희는 잊지 않고 있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던 말씀에 많은 기업인들과 청년들이 두려움 없이 해외로 나갈 수 있었다"고 추모했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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