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피의사실공표, 입법 이후 의견 개진" 법적 근거 필요성 강조[경찰IN]

이진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11 17:32

수정 2019.12.11 19:07

피의사실공표 훈령 시행 신중론
기관별 공표기준 일관성 위해 주장
"법률 따라서 공보규칙 다듬을 것"
민갑룡 경찰청장이 지난 9월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수사기관의 피의사실공표 관행 방지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뉴스1
민갑룡 경찰청장이 지난 9월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수사기관의 피의사실공표 관행 방지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뉴스1
"피의사실공표, 입법 이후 의견 개진" 법적 근거 필요성 강조[경찰IN]
법무부가 지난 1일 형사사건 비공개 등을 원칙으로 하는 훈련을 시행하자 경찰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찰은 법률적 근거가 미비하다고 판단하면서 향후 입법 이후에 의견을 개진하겠다는 신중론을 피고 있다.

■"법무부 훈령, 법률적 근거 미비"

11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피의사실공표 및 범죄피의자 신상공개제도의 현황 및 개선과제' 세미나에서 경찰은 피의사실공표는 훈령이 아닌 입법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승영 경찰청 수사기획과 총경은 이 자리에서 "형법 상 금지하고 있는 공소 제기 전 피의사실 공표 행위가 훈령을 근거로 허용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훈령은 공보대상, 시기 등을 엄격하게 규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겠으나 법률적인 근거가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피의사실공표 문제가 모든 수사기관에 동일하게 적용되기 위해서는 입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윤 총경은 "모든 수사기관이 똑같은 조건으로 함께 적용받을 수 있도록 단순한 훈령이 아닌 특별법과 같은 상위법 아래에 법무부 훈령을 둬야 한다"며 "일관된 피의사실공표 문제 기준이 모든 수사기관에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민갑룡 경찰청장도 "피의사실공표와 관련된 국회 입법이 조속히 이뤄지기 바라고, 법률에 따라서 공보 규칙을 다듬겠다"며 "법무부 훈령과 경찰의 공보 규칙은 대동소이하지만, 법무부 규정이 그간의 여론을 참고해 개정한 내용이니 경찰 공보 규칙보다 구체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필요하다면 참고하겠다"는 미온적인 입장을 밝혔다.

■"검토시간 부족, 자칫 부작용도"

경찰 내부에서도 기계적인 훈령 도입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피의 사실'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의부터 혼란스럽다"며 "언론에서 먼저 인지한 사건에 대해 확인만 해도 담당 경찰관이 난처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법적 근거가 부족한 훈령의 부작용을 우려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조국 사태' 이후 피의사실공표 문제가 급박하게 논의된 점이 있다"며 "학계, 실무진 등 사건과 관련된 다양한 사람들의 입장을 검토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적용 시 여러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곽 교수는 "경찰 입장대로 법적 근거 없는 훈령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달부터 시행된 법무부 훈령은 무죄 추정의 원칙, 피의자 인권 보호를 이유로 불기소 사건을 포함한 모든 형사사건의 공개를 원칙적으로 금한다. 수사 대상자가 고위 공직자 등 공인일지라도 소환 여부 등 수사 내용이 언론에 알려져서는 안 된다.
전문공보관이 아닌 검사나 수사관은 기자와 개별적으로 접촉할 수 없어 논란이 일고 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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